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가 심각하다. 고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KB국민·롯데·NH농협 등 문제의 카드 3사(社)는 재발급 단계를 넘어 카드 사용을 중지하거나 해지하는 '카드런(카드고객 이탈)' 사태를 빚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이 신용카드 정지·해지에 나섰다고 한다.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간 금융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신용사회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 카드사 경영진 사퇴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의 본보기로 다스려야 한다.
고객 보호에 실패하고 신용사회를 망가뜨린 카드사 및 관련 책임자들의 민·형사상 책임은 아무리 무겁게 물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금융사들의 한심한 개인정보 관리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개인의 주민번호부터 계좌번호까지 최대 21가지의 신용정보가 유출됐으니 전화구매나 인터넷쇼핑 사기 등 2차 피해 우려가 심각하다. 벌써 자신도 모르게 계좌에서 돈이 결제됐다고 주장하는 고객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2011년 현대캐피탈 정보 유출이나 농협 전산망 마비 이후 양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이달 말까지 금융사별로 개인정보 보안 추진 현황과 보안 능력 강화 등을 파악, 보고하라고 했지만 3년 전과 다를 게 없다.
최 금감원장 취임 이후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14만여 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감독 당국, 나아가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상응하는 문책이 당연하다.
그동안 정보유출 사건에 당국이 취한 제재는 과태료 600만원과 해당기관에 대한 주의나 경고가 고작이었다. 솜방망이 처벌로 고객정보 보안에 경각심을 주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공정거래위원회가 징벌적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입으로만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를 강조해선 안 된다.
마구잡이로 얻은 고객정보를 계열 금융ㆍ유통회사들과 멋대로 나눠쓰며 마케팅에 활용해온 것은 원천적인 문제의 하나다. 고객들은 그동안 내 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나가는지도 모른 체 약관에 동의해왔다. 카드발급에 결혼기념일은 왜 필요한가.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적도록 하고 정보공유도 엄격히 통제해야 마땅하다.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원칙도 다시 세워야 한다.
사람들은 유출 자체보다 2차 피해를 걱정한다. 자신의 정보를 누군가 다른 곳에 악용해 피해를 볼까 노심초사한다. 당장 정보유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진정시켜야 한다. 관련 카드사는 소비자의 단계별 대처요령을 상세히 안내하라. 관련 은행과 카드사에 특별전담팀을 꾸리고 점포의 상담 직원을 늘려야 한다.
정보유출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는 종일 불통인데 카드대출 상담전화는 원활하게 이뤄져선 곤란하다. 찾아오는 고객을 몇시간씩 기다리게 하지 말고 고객 입장에서 대응하라. 이번 사태는 고객 잘못이 아닌 100% 카드사 책임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