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충격적이다. 영업이익이 8조 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외쳤지만 3개월 만에 18.3% 급전직하했다. ‘어닝 쇼크’, 그 이상이다.
대부분의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최소한 9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나마 매출 총액으로 59조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하락률이 0.14%에 그쳐 최악을 면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삼성전자의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 요인은 크게 3가지 정도가 꼽힌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고, 원화의 강세가 이어진데다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면서 마케팅 등 각종 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어닝쇼크의 진원지로 스마트폰이 지목된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스마트폰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애플을 잡고 세계 1위라는 명성도 안겨줬다. 하지만 시장 흐름이 변하면서 기회가 위기로 바뀌었다.
현재 미국·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고가(高價) 스마트폰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다.
여기다 소니·LG·화웨이 같은 후발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삼성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미래 사업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의료 기기, 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크게 늘려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이익의 66%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해지면 곧바로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 실적이 휘청거리게 된다.
이번 쇼크가 단순히 한 기업에만 국한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국내총생산(GDP)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18%에 달하는 존재다.
삼성전자가 재채기를 하면 국민경제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이 우려반 기대반으로 한국 최고 기업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경제가 특정 상품이나 한두 개 업종의 실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우리 경제에 던져준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핀란드에서 한때 수출의 25%, 연구·개발(R&D) 투자의 35%, 법인세 세수(稅收)의 23%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에 무너져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갔다.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실업률이 뛰어오르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내면 위기는 다시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넘어 앞으로 적어도 10년을 선도할 수 있는 '포스트(post) 스마트폰'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에 대비하는 일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