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았다. 올해는 청마의 해라고 한다. 갑오의 갑(甲)이 푸른색을 의미하며 청마는 진취적이고 활발한 기운을 품고 있으며 행운을 상징하며 나무처럼 곧은 정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뒤돌아보면 고종 31년인 1894년에는 갑오경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해 봄에는 호남지방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되기도 했다. 농민들은 썩은 정치를 제대로 바꾸라는 요구와 함께 전라도를 휩쓸었고 전주성을 점거하면서 민심을 전하고자 했지만 이 근대적 혁신운동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경장(更張)이란 말의 뜻은 원래 거문고의 줄을 고쳐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에서 나온 말이다.
갑오년 새해를 맞아 국가나 정부차원에서 해야 할 개혁과 혁신도 중요하지만 국민 각자가 작고 사소한 것부터 고쳐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긍정적인 언어습관이라고 본다. 최근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와 언어학교 교수들이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한국어 어휘 사용빈도> 라는 책을 편찬했다. 이 책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와 낱말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것이다. 이 책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1위가 ‘진짜’이고 2위가 ‘솔직히’ 3위는 ‘빨리’ 4위는 ‘인간적으로’ 라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신뢰가 가지 않아서 재차 확인해보는 ‘진짜’라는 단어나 자신의 말을 상대방에게 신뢰하기를 바라서 ‘솔직히’라고 강조하여 신용을 강요하는 단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들의 언어습관과 생활 속에는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팽배되어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학자가 인간의 수명을 70년으로 보고 인생의 사용한 시간을 계산해 보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일하는데 사용한 시간이 26년이고 잠자는데 사용한 시간이 23년이며 TV시청을 하는데 사용한 시간이 7년, 식사시간을 위해 6년, 근심과 걱정으로 사용한 시간이 7년이지만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시간은 70년 생애가운데 고작 88일밖에 안되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일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습관적인 언어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진짜’ 나 ‘솔직히’ ‘인간적으로’ 가장 많은 것과는 다르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제 1위가 ‘감사’에 해당하는 ‘아리가토’였고 중국에서도 ‘감사’에 해당하는 ‘쎄쎄’이며 미국에서도 ‘감사’에 해당하는 ‘땡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50개 가운데 28%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구촌 저 편에 있는 브라질에서도 ‘감사’에 해당하는 ‘오브리가도’ 라는 단어가 제 1위라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날 모든 여건과 환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편리하고 좋은 여건 속에 살면서도 감사하지 못하며 불평과 불만으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종의 감사결핍증 증세가 만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장사하는 사람도 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보다는 ‘또 오세요“ 라는 말로 자기입장에서의 표현만 말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아이들도 ’고맙습니다‘, 또는 ’감사합니다‘ 라기 보다는 ’신난다‘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의 하는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고 나라의 국력은 그 나라 국민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갑오년 새해에는 무엇보다도 ‘감사합니다’ 와 ‘고맙습니다’를 생활 속의 언어도 습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