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체질 개선과 내수 활력 보강을 통해 새해 경제성장률을 3.9%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성장률만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통계치는 하나같이 달콤하다. 신규 취업자는 올해보다 7만명 많은 45만명에 달하고, 15∼64세 고용률은 올해 64.4%에서 65.2%로 호전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정부 주도의 경기회복 추세를 민간으로 확산시켜 내수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부 구상대로 된다면 나라경제와 서민 살림살이를 위협하는 경제 주름살은 다소나마 펴질 수 있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거시지표에서 체감경기로 경제정책의 기준점을 낮춘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기업과 국민이 피부로 못 느낀다면 투자와 소비심리가 살아날 리 없다. 올해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았던 경제민주화의 비중을 낮춘 데서도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정부의 간절함이 보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새해 경제성장률 3.9%는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전제로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정책금융공사의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내년 투자액이 올해보다 3조원 넘게 줄어든 136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목표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불과 사흘 전 한국고용정보원은 새해 일자리가 정부 예측보다 5만명가량 적은 40만4,000개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기관들의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훨씬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7%로 내다본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연구원의 전망치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분석에는 성장 동력을 잃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제정책 운용이 너무 장밋빛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적신호는 이뿐 아니다. 통화 살포를 통한 미·일의 경기부양,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에 따른 환율리스크와 금융시장 불안이 모두 우리 경제에는 불안요인이다. 유로 및 신흥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가 눈앞의 과제다.
현 부총리는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삶”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이 경제회복의 온기를 느낄 때 비로소 경제가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책목표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물론 기업투자 활성화, 부동산 침체, 전·월세 폭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취업난에 실업률 증가, 자영업 지원책, 중소기업 살리기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다. 임금체계 개편이나 공공부문 개혁도 마찬가지다.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내수 살리기로 불황과 저성장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희망을 현실로 바꾸려면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각고의 노력으로 저성장을 탈출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올해처럼 지리멸렬한 경제정책으로 외부 풍파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 불황의 늪은 깊어질 수 있다. 정부 경제전망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오석 경제팀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