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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작성 : 2013년 12월 26일(목) 18:17 가+가-
김요한
어수선했던 계사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3년 한 해가 소임을 다하고 2014년 갑오년 새해에 바톤을 넘기고 있다. 유난히도 어수선했던 한 해 정치권은 여야의 힘겨루기로 일관했고 우리의 일상 또한 불경기 속에 버겁기만 했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잠시도 허리 펼 날이 없었다. 대선 때의 장밋빛 공약들은 현실논리에 부딪쳐 뒷걸음질 하다 사라져 가고 있다. 업 친데 덮친 격으로 연말에 터진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이른바 수서발 KTX철도노조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함 속에 희망을 바라 볼 수가 없다. 사상유례가 없는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압을 보는 국민들은 마치 그 무시무시한 유신시대로 돌아간듯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제발 이제라도 여권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모름지기 역사는 미래지향적으로 희망을 주며 발전해 가야 함에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고사성어가 도행역시(倒行逆施)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의 수레바퀴가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말이다. 진정 몰라서 인가? 삼척동자도 알법한 해답을 불통과 억지, 회유적 여론몰이로 원칙준수라는 명분으로 정치 아닌 통치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과거 유신 때와는 다르다는 정도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철옹성 같던 60%대가 무너지고 최근 여론조사는 40%대로 급락하고 말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또한 예고된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타협과 양보를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보수언론은 최근 대학가에 나도는 “안녕하십니까?의 대자보”에 대해 ”대학생 대자보 한 장에 들썩이는 병든 정치”라는 표현을 썼다. “안녕하십니까? 대자보”에 젊은 층이 들썩이는 것은 현정권이 독재라는 좌파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닌 현실정치에 낙담한 젊은이들의 분출일 뿐인데 종교계나 야권은 헛물을 켜지 말라고도 했다. 눈은 눈인데 똑 같은 눈이 아니어서 일가……색은 똑 같은 검정색인데 한쪽에선 계속 회색 같지만 회색도 아니고 흰색이라고 우겨대니 분통을 넘어 격분스러운 것이 아닌가….
매년 한 해의 상황을 통틀어 사자성어로 내놓고 있는 교수신문은 지난 6~15일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4명(32.7%)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를 뽑았다고 22일 밝혔다.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중앙대)교수는 “박근혜 정부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는 뜻”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초반 행보는 ‘유신체제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려는 억압적인 국가권력과 심화된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동반했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도행역시는 사마천의 <사기> 중 오자서 열전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로 오자서가 아버지를 죽인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주검을 채찍으로 때린 데 대해 친구인 친포서가 ‘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하자 오자서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답한 데서 유래했다 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 협의회 상임의장을 지낸 바 있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부정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박근혜 정부에 실망해 도행역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것 같다고 했다. 혹한의 추위를 무릅쓰고 수효를 불문하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온 사람들은 비록 정부정책에 반한다 할지라도 겸허한 자세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 힘에 힘으로 맞서는 일은 결국 파국을 초래했음을 역사가 증명하듯 더 이상 힘겨루기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인 협상과 타협이라는 아름다운 갈등해소의 장치가 있지 않은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잇단 송년회 핵심 키워드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을 북극성처럼 여겨야” 한다는 당부라고 한다.
북극성은 논어 위정편의 ‘정사를 덕으로 하는 것은 북극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모든 별이 함께 그를 떠받들어 도는 것과 같다’는 구절로 여기서 북극성은 왕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박대통령은 북극성을 국민에 대입시킨 줄 안다. 안타까움은 현실에서는 그 마음을 찾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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