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지방선거용 선심성 예산 예결위서 걸러내야
작성 : 2013년 12월 16일(월) 17:57 가+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 조짐이다. 국회가 가까스로 새해 예산안 심의에 착수하는가 싶더니 어김없이 ‘끼워넣기’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겨 지금부터 부지런히 해도 졸속심사가 불가피한데, 국회는 나라살림 고민은 뒷전이고 각종 선심성 사업이나 민원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민원성 예산을 따내려는 꼼수가 극성을 부리니 수박 겉핥기 심의도 보나 마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새해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예산안이 가관이다. 16개 상임위 가운데 예산심사를 마쳤거나 거의 마무리한 12개 상임위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총 4조 7600억원가량을 늘려잡았다. 증액요구분의 절반 가까이(2조 2300억원)가 국토교통위에서 나왔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대거 끼워넣은 것이다. 보건복지위 등 다른 상임위의 예산안까지 마무리되면 정부안보다 총 9조원가량이 불어날 것 같다고 한다. 이 중에는 미세먼지 예산(정부안 17억원, 환경노동위안 119억원)처럼 증액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할 만한 사업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지역구를 겨냥한 부풀리기 성격이 짙다. 예결위는 말로는 “상임위별 요구를 객관적으로 따져 늘릴 건 늘리고 줄일 건 줄이겠다”고 하지만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야가 서로 지역예산 끼워넣기를 묵인할 가능성도 있다. 결코 안 될 일이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 때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논란을 빚는 것이 선심성, 민원성 예산이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고래힘줄보다 더 질기게 이어가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지역구 주민 등에게 쉽게 생색을 낼 수 있기에 여야나 정파와 관계없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담합을 한다.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뒷돈 예산’ 요구가 드러나도 아무 부끄러움 없이 “비판을 들으며 예산을 따왔다”며 자기선전을 하는 데 열을 올린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특히 심했다. 각 상임위에서 모두 12조 원이 넘는 예산 증액을 요구했고, 예산안 심의를 총괄하는 예산결산특위가 결국 1조 원만 늘리는 것으로 조정했지만 민원 예산은 여전했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일부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쇄도하는 ‘쪽지 민원’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국회가 아닌, 호텔 방을 잡아놓고 1주일가량 비공개 심사를 했다. 계수 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국회를 통과하는 나쁜 기록을 세웠다. 쪽지 민원 예산을 반영하느라 일부 복지 예산은 물론이고 국방 및 공공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올해라고 이런 꼴불견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국회에 예산 심의를 맡긴 것은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혈세가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예산 심의 행태를 보면 오히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뒤로 자기 잇속을 챙기기에 바쁜 의원들의 위선과 직무 유기를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

나라살림은 지역구 챙기기 경쟁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내년까지 7년 연속 적자예산이다. 새해 예산안은 이제 예결위 관문만 남았다. 예결위는 각 상임위가 부풀린 꼴불견 선심예산부터 걸러내야 한다. 타당성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마저 묵인한다면 예결위의 책임과 임무를 방기하는 일이다.

편집팀 기사 더보기

tdh1234@naver.com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