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지방자치단체 산하 국내 295개 공공기관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565조8천억원으로 국가채무(446조원)보다 무려 120조원가량 많다.
특히 MB정부 5년간 LH, 한전, 가스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92.3%에 해당한다.
이중 9개 공공기관은 부채에 대한 원금상환위험이 커져 사실상 '부실'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MB정부 5년간의 부채증가 원인은 4대강 사업, 보금자리주택, 해외 에너지 개발투자 등 지난 정부에서 역점을 뒀던 사업을 공공기관이 떠맡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해당 기관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방만경영을 한 결과다.
공공기관 부채는 공식적인 국가부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결국 세금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나랏빚이나 다름없다. 이는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만큼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기관별 금융부채는 LH 55조3000억원, 한전 32조6000억원, 가스공사 17조1000억원, 예보 14조1000억원, 수자원공사 10조9000억원, 석유공사 8조2000억원, 장학재단 7조5000억원, 도로공사 7조3000억원, 철도시설공단 7조2000억원, 코레일 7조원, 광물자원공사 1조7000억원, 석탄공사 300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9개 공공기관의 한해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7개 기관은 영업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능력이 약해 원금 상환위험이 커졌고 석탄공사, 광물공사는 아예 원금상환 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공공기관 정원과 임금은 전년보다 3% 안팎 늘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200만원으로 전년보다 2.6% 올랐다. 신입사원 평균 연봉도 3058만원으로 전년보다 10.2% 늘었다.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6000만원으로 4.3% 올랐고, 기관장 업무추진비도 전년보다 1.1% 늘었다.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주인 없는’ 공공부문이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탄력적인 인력운용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2015년까지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회가 지난달 말 통과시킨 60세 정년 의무화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과 청년고용촉진법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과 지방공사ㆍ공단은 300인 이상 민간기업과 함께 2016년부터 60세 정년 의무적용 대상이 된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청년 미취업자를 전체 정원의 3% 이상 고용해야 하는 의무도 진다. 청년 미취업자를 수년간 정원의 3% 이상 뽑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정년연장까지 감안하면 그리 녹록지 않다.
공공기관의 부실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쉽게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대신 수행한다는 공기업 특성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와의 친분에 따라 공공기관 임직원을 맡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와 자구노력이라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기 쉽다. 이래서는 안된다.
10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과 관련, “해소 노력이 부족한 공공기관장에게 임기와 관계없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자구 노력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요금인상이나 정부 보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며, 되레 방만 경영을 조장하게 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기업 비대증부터 수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