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陽 전 종 채 / 시인. 나산중.고 교감
죽음은 어차피 홀로 가는 길이다.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없는 고독한 길일 수 밖에 없다. 고대에는 순장제도라는 게 있었다. 왕이나 귀족이 죽으면 산 사람을 함께 묻는 제도이다. 중국에서 발굴된 은나라의 순장유적을 보면 11기의 왕의 무덤중 목이 잘린 73개의 머리와, 머리 없는 60구의 사지가 함께 발굴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순장제도도 사실은 고독한 죽음의 길을 친구 삼아 함께 가자는 게 다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대신들이나 귀족 또는 지방권력자들이 자신을 독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둔 보험제도라고도 한다. 순장할 때도 가급적 잔인하게 죽이거나 비참하게 묻었다고 한다. 그래야 지근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독살로부터 자신을 악착같이 지켜주지 않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죽음은 고독하게 가는 길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죽음 후에 시신이 발견되면 고독사라고 한다. 과연 죽음의 현장에 가족들이 함께 있었다고 해서 고독하지 않았을까?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인식에는 문화차이와 개인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우리 집을 나가서 가족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침대 위 보다는 말 위에서 죽고 싶다”고 기록했다. 또 “살아서는 친지들과 함께 웃으며 지내다가 죽을 때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가서 죽어가자”며 다른 의미의 고독사를 예찬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고인이 된 후로 무관심속에 시신이 방치되다 늦게야 처리되는 고독사·무연사는 슬픈 일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를 맞이하였기 때문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있다. 해마다 2만 7천건이나 고독사·무연사가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장례식 없이 죽자마자 곧바로 화장되는 직장(直莊)의 비율도 30% 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연이 끊겼다고 시신 인수를 거절하는 친족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장례업체가 화장을 하고 그 유골함을 사찰에 택배로 보내고, 사찰스님이 택배직원에게 그 유골함을 인수하여 사찰에 안치하는 사회. 그 때문에 일본사회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많이 받는 다고 한다. 핵가족화, 고령화, 개인주의화, 경제적 불평등 등이 만들어내는 일본사회의 아픈 현실이다. 통계에 따라서는 3명 중 한명이 고독사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어떨까? 일본이 그런 것처럼 우리도 고독사·무연사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통장 복지사' 사업, 경기도의 '행복배달 빨간자전거' 사업, 경남 의령군의 '공동거주제' 운영 등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 위주인 탓에 차상위 계층을 비롯한 상당수 노인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25만의 독거노인 중 노인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은 2013년 현재 30여만 명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에는 독거노인이 174만4830명(21.6%)으로 늘고 2030년에는 282만212명(22.2%)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2030년 1269만명)과 독거노인 모두 현재의 2배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이 우리나라도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삶이야 어찌되었든 죽자마자 시신이 욕되지 않고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 죽음이후의 공포에서 벗어난 독립사(獨立死)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