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연금 탈퇴수당 ¥99… “일제 동원 피해자 또 우롱”
일본연금기구, 93세 강제동원 피해자에 또 99엔만 지급
화폐가치 변동보전 않고 77년 전 액면가만 지급 ‘공분’
“피해자에 정당한 사과·배상을… 정부 소극외교도 규탄”
작성 : 2022년 08월 04일(목) 17:57 가+가-

일본연금기구가 고령의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후생연금 탈퇴수당 ‘931원’을 지급한 것은 ‘악의적인 모욕’이라며 관련 소송 지원 시민단체가 강하게 규탄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일본 후생연금 931원 탈퇴수당 송금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는 무릎 꿇고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90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껌 한 통 값도 안되는 한화 931원을 지급해 또 한 번 피해자들을 우롱했다”고 밝혔다.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6일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인 정신영(93) 할머니의 계좌에 후생연금 탈퇴수당 931원(99엔)을 송금했다.
정 할머니는 지난 1944년 5월 만 14세 나이에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후생연금 탈퇴 수당은 일본 정부가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당시 가입한 연금을 탈퇴하는 수당으로 지급한 돈이다.
시민모임은 “수당은 77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당시 지급됐어야 하지만 일본 정부는 후생 연금의 존재를 피해자들에게 감춰왔고 수당을 지급하면서도 화폐가치 변동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 액면가 그대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1973년 후생 연금 보험법을 개정해 화폐가치 변동에 따른 차이를 보전해주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사는 피해자들만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외교부 장관 일본 방문 시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소극적 외교 태도를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달 외교부 장관이 일본 방문 때 하야시 일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해결 방안은 가해국가가 내놓아야 할 일이지 피해국이 내놓아야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한일 관계 복원을 구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99엔 지급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미불 임금과 연금 기록을 전면 공개해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견에 참석한 정 할머니는 “할머니들 과자라도 사 먹으라고 돈을 보냈는가, 자식들 과자도 못 사줄 돈을 돈이라고 보내 너무나 억울하다”며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에게 어서 빨리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09년 후생 연금 탈퇴 수당을 요구한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99엔을 지급했다. 뒤이어 2014년에도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에겐 199엔을 지급해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최규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