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남자 탁구대표팀 막내 안재현(20·삼성생명)이 다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했다.
안재현은 28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단식 4강전에서 마티아스 팔크(스웨덴)에게 3-4(11-8 7-11 11-3 4-11 9-11 11-2 11-5)로 역전패했다.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만 20세인 안재현은 4강 진출로 동메달을 획득,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이 만 21세이던 1991년 지바 대회 동메달로 세운 한국 남자 최연소 세계선수권 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안재현은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 7-2에서 상대 반격에 역전을 허용했다. 6세트를 따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무너져 도전을 멈췄다.
안재현은 “5세트를 이기고 있다가 소극적으로 해 졌다. 6세트를 쉽게 이겼지만 7세트도 4-2로 이기다가 갑자기 소극적이 돼 내 플레이를 못 했다”고 돌아봤다. “이길 수 있는 찬스였고, 올라가서 결승을 해봤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고 곱씹었다.
아쉬운 역전패로 막을 내렸지만 이번 대회에서 안재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세계랭킹이 157위에 불과한 안재현은 본선 1회전에서 랭킹 14위의 웡춘팅(홍콩)을 4-0으로 완파하고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32강전에서 랭킹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을 누른 안재현은 16강전에서 세계 4위이자 지난해 왕중왕전 격인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 파이널스 남자 단식 우승자인 하리모토 도모카즈(일본)를 격파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8강에서는 랭킹 10위인 대표팀 선배 장우진(미래에셋대우)마저 넘었다.
안재현은 “4강에 올라갈지 몰랐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보니 톱랭커들을 이겼다”면서 “8강에서 우진이형을 이기고 올라갔는데 (4강에서) 지니 죄송하기도 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안재현의 거침없는 행보는 세계 탁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김택수 감독은 “많은 해외 관계자들이 ‘축하한다’, ‘150위권 선수가 이렇게 온 것은 기적이다’, ‘한국 탁구에 스토리를 만들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과거 유럽 최강자 블라디미르 삼소노프 등 많은 관계자들이 놀라워했다. 안재현이 올라오면서 중국도 긴장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더라”고 흐뭇해했다.
세계선수권 데뷔전을 성황리에 마친 안재현은 단점을 보완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이 대회가 끝이 아니다. 계속 준비해서 생각한 것처럼 발전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할 것 같다. 리시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같이 백핸드 대결에 들어갔을 때 자신있게 코스를 볼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타점도 높이고, 테이블에 붙어서 처리해야 할 것 같다.”
또 “내가 하던 대로 하다 보면 앞으로 조금 더 좋은 경기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대회는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탰다.
안재현의 선전은 동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로 전파됐다. 정영식은 “재현이가 이번 대회를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20살 때 생각이 났다. 나는 개인과 단체전 등 10번째 세계선수권인데 질 때가 많았다. 재현이가 이번 대회 잘 해나가는 것을 보고 열정이 다시 생겼다”고 이를 악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