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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평창 ‘리트머스’… 평화외교 닻 올린 文대통령
북한 2인자 김영남 방남 결정… 펜스 미국 부통령과 올림픽 조우 여건 마련
‘평창 구상’ 밝힌 유엔총회 연설… IOC 총회 연설서 ‘포스트 평창’ 강조할 듯
작성 : 2018년 02월 05일(월) 17:20 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남북대화 분위기를 올림픽 이후 북핵대화로 연결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포스트 평창’ 구상도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향후 보름 여 시간은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14명의 해외 정상급 인사와의 릴레이 회담을 통해 ‘포스트 평창’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 무대는 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회식 연설 자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강릉에서 예정된 제132차 IOC 총회 개회식에 올림픽 주최국 정상 자격으로 연설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올림픽으로써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IOC가 보내준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에 대해 감사를 표할 예정이다.
이번 IOC 총회 개회 연설은 ‘포스트 평창’ 구상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혔고,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른바 ‘평창 구상’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번 IOC 총회 개회 연설에서는 평창올림픽 개막에 앞서 현재의 남북관계 개선 국면을 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길로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평창올림픽의 의미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활발한 외교올림픽이 펼쳐지길 바라며, 평화의 제전이 되기를 희망 한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제안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보편적이고 원칙적인 선에서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포스트 평창’ 구상을 처음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덕에 기적적으로 만들어 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어진 평창올림픽 기간이 북핵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으로 최소한 올림픽 기간 동안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여야만 대화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통화를 통해 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 개선의 모멘텀이 향후 지속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이 북미대화로 이어지고, 다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다자대화 테이블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속에 묻어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평창 구상의 열쇠는 펜스 부통령의 손에 쥐어져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펜스 부통령이 대북강경책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방한기간 북미대화 타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펜스 부통령은 2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한국에) 간다”며 대북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펜스 부통령은 7일 방한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전날인 8일 문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공식 환영 리셉션에서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주최하는 공식 환영 리셉션의 중요성이 더해진다. 아직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과의 자연스러운 ‘아이스 브레이킹’을 연출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급(級)이 맞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4일 “특정인을 거명할 수 없겠지만, 평창올림픽이 평화 모멘텀이고 북미대화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 급은 높을수록 좋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2~3인자 분들이 오면 의미가 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급기야 통일부는 같은 날 밤 서면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통지문을 보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3명의 단원과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9일부터 11일까지 방문할 계획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헌법상의 수반이자 북한권력 2인자를 대표단으로 파견키로 한 것은 북한도 이번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을 굉장히 비중있게 보고 있고 그에 따라 파견단의 급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영남 위원장이 북미 대화를 타진할 실질적인 전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방남기간 펜스 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어려움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영남 위원장의 대표단 파견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섣불리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김 위원장을 내려보낸 것은 청와대로써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이번 기회에 직접적인 북미대화 타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북미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플랜 B’를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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