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광복절 새벽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일본을 꺾고 한국 농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레바논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일본과 8강 결정전에서 81-68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이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 아시아컵 8강 진출을 놓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났다.
농구 종목에서 한국은 그 동안 일본을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해왔다. 세계랭킹에서도 한국(30위)은 일본(48위)보다 18계단이나 앞섰다.
그러나 최근 각급 남녀 대표팀 간 맞대결 전적을 보면 이 같은 평가는 완전히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스포츠에 과감한 투자를 해 온 일본은 농구에서도 상당한 성장세를 이뤘다.
미래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남녀 청소년 대표팀은 물론 좀처럼 일본에 패한 적 없는 대학 선발팀까지 최근 일본과 대결에서 연전연패를 당했다.
여자 성인대표팀은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컵에서 56-70으로 졌다. 당시 일본 여자대표팀은 아시아컵 3연패를 이루는 등 이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날 대표팀은 각급 대표팀의 잇단 패배로 무너진 한국 농구의 자존심을 지켜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2000년 이후 남자 성인대표팀 대결에서 9승 1패의 압도적인 전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일본 농구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경기였다.
더욱이 광복절 한일전에 대한 부담감과 패하면 8강 진출 실패라는 압박감도 선수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 뻔했다.
경기 초반 일본 귀화 선수 아이라 브라운(193㎝)에게 잇따라 3점슛을 허용하며 주도권을 내줬지만 곧바로 전열을 재정비하며 대등하게 경기를 가져갔다.
일본은 예선전 3경기 3점슛 성공률 44.5%로 16개 팀 중 1위였다. 높이는 낮지만 개인기와 외곽슛이 주무기다.
허재 감독은 이런 일본의 강점인 외곽슛을 막기 위해 지역 방어와 개인 방어를 수시로 바꿔가며 수비에 집중했다.
덕분에 전반에 일본의 3점슛 성공률(6개 시도, 5개 성공)이 워낙 좋았지만 시도 자체를 줄일 수 있었다. 일본은 후반 한국의 외곽 수비에 막혀 12개를 시도해 2개 만을 넣는데 그쳤다.
전반 막판과 3쿼터 초반 경기 분위기를 자칫 일본에 넘겨줄 수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의 기둥 오세근(KGC)과 김선형(SK)의 집중력도 좋았다.
대표팀 포스트진이 가진 높이의 우위가 페인트존 득점으로 자주 이어지진 못했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일본 선수들의 골밑 접근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이날 이종현(모비스)은 일본의 슈팅 5개 걷어냈고, 최준용(SK)도 블록슛 2개를 성공시키는 등 총 9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높이를 의식한 듯 일본은 비교적 쉬운 찬스를 종종 놓치기도 했다.
한국의 수비는 승부처였던 4쿼터 시작과 함께 3분여 동안 일본을 1점으로 막았다. 트랩 디펜스와 빠른 매치업 전환으로 일본의 실책을 이끌어냈다.
허재 감독의 선수 기용도 승리의 원동력. 1쿼터 전준범(모비스)은 벤치에서 등장해 추격하는 3점슛을 잇따라 꽂았다. 4쿼터에는 허웅(상무)이 점수차를 벌리는 3점슛 두 방 등 11점을 집중시키며 믿음에 보답했다.
4쿼터에 승부가 갈리기는 했지만 내용면에서는 13점 차 이상의 경기였다. 경기 도중 몇 차례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도 선수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예선 3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실책이 11개에 불과했지만 이날은 18개를 쏟아냈다. 주무기인 3점슛도 18개를 시도해 7개를 넣으며 예선 때만 못했다.
한국은 오는 17일 예선 B조 1위 필리핀과 4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필리핀은 예선에서 중국(96-87)과 카타르(80-74)를 꺾는 등 3전 전승을 차지했다.
쉬운 승부는 아니지만 일본전 승리로 자존심은 물론 경기력까지 회복한 대표팀이 필리핀을 넘어 4강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