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8시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장마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듯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잠시 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독일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공항에 들어섰지만 표정을 밝지 않았다.
전날 감행된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으로 떠날 때의 환한 표정과는 정반대로 시종일관 어둡고 굳은 표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 미사일 사격 훈련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약 1시간 뒤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북한은 2단계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주장하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뒤 당일 오후 9시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직접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 뜻에 동의했다.
이런 탓에 이날 검붉은색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은 공항 입장부터 전용기 탑승 때까지 내내 무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미국으로 출국할 때 화사한 푸른색 무늬 재킷으로 시선을 모았던 김정숙 여사도 이날은 무채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문 대통령은 공항 현장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부경 행정자치부 장관 등과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일일이 악수하면서 “잘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분이 나오셨다”고 인사했다. 하지만 일주일 전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날 때 참모진과 활기차게 인사하고 공항 관계자들과 서슴없이 대화하던 모습과는 달리 현장 분위기는 북한 미사일 사건 여파로 가라앉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귀빈실로 이동한 후 청와대 참모진 및 여권 지도부와 약 7분간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를 위한 국회 협조가 지지부진한 점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건을 두고 “무겁다”는 심경을 짧고도 압축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 현장에 배웅 나온 분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시간이었다”며 “긴 말씀은 안하셨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용기가 뜨기 직전까지 한미 연합 탄도 미사일 사격 훈련을 점검하고 발표문을 점검하느라 부산스러웠다. 특히 미국 정부와의 논의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는 부분을 어감을 고려해 “동의했다” 표현으로 고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는 오전 8시15분경 서울공항을 떠났다. 한독 정상회담과 G20 현장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더욱 비중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오는 6일 우리 시각으로 저녁에 열리는 문 대통령의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 내용도 막판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연설은 일명 ‘신(新) 베를린 선언’으로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 내용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편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청와대는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유관 부처와 실시간 소통하면서 북한 동향과 한반도 정세를 살핀다.
/황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