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동안 ‘개혁대상 1호’로 꼽혀왔던 검찰은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검찰개혁 의지를 보였던 만큼 검찰은 ‘태풍전야’ 분위기다. 새 정부가 안착되는 시점부터 상당한 강도의 개혁 드라이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검찰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어떤 위상 가질까…수사권 조정 진통 예상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 검찰개혁을 상당한 우선순위에 둔 공약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공약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두 공약 모두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 고위공직자 비리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기구다. 그동안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대표적인 분야를 수사하는 별도 기구를 두자는 게 핵심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공수처 신설을 내세웠다. 사회적 공감대가 높고, 국회에서 이견도 적은 공약으로 볼 수 있다. 문 당선자도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 공수처 신설을 주장했던 만큼, 새정부가 구성되면 빠르게 신설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에 어떤 위상과 구체적인 역할을 맡기느냐가 ‘개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와 비슷한 법률상 독립기관으로 공수처가 신설되면 역시 권력자의 의지에 검찰이 흔들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인사권과 예산을 손에 쥔 최고 권력자가 이를 무기로 통제를 한다면, 현재 검찰의 모습과 달라질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검찰을 견제하는 권한을 주는 방안까지 언급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이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만 가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은 다소 진통이 예상되는 분야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다가, 검찰과 경찰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이견이 있는 상태다.
또 검찰 못지않게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경찰 비리와 인권 침해, 수사 공정성 논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이 경찰에 넘어간다면 지나친 실적주의로 인해 무리한 수사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영장청구권, 기소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 기소권에도 견제장치를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기소기준제’ 도입이나, 경찰에도 제한적으로라도 영장청구권을 줘야한다는 주장 등이 나온다.
◇ “수사권 보장부터 하자”.... “검찰, 자정능력 있나?”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개상으로 지목된 것에 대해 억울함과 착잡함이 읽힌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나부터도 검찰 개혁 제대로 해서 (국민들에게) 욕을 안 먹고 싶다”며 “평생의 직장이 욕먹는데 좋은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안도 좋지만 선제적으로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며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면 누가 정권 눈치 보는 수사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부장검사는 “역대 정권은 항상 검찰에게 하명수사 지휘를 해왔다”고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른 검사는 “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다들 옥상옥이라고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자정 능력이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며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의사가 전달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좋든 싫든 검찰을 대상으로 개혁이 추진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일부 억울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는 정권 입맛대로 수사를 해왔던 검찰의 책임이 분명히 있는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단순히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으로 모면하려 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