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65세 시민 “탄핵반대 집회 갈 나이, 있어야 할 곳은 촛불집회”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후 첫 주말인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84만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인 이날에도 날씨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촛불 인파는 지난주(전국 80만명) 대비 소폭 상승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는 박 대통령 퇴진 촉구 16차 촛불집회가 열린 이날 최종공지 시간(오후 9시20분) 기준으로 서울(광화문) 80만명, 지방 4만5000명 등 84만5000명(이하 연인원)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주요 지방별로는 ▲부산 2만3000명 ▲광주 1만명 ▲대구 2000명 ▲전남(14개 시군) 2700명 ▲전북(전주, 군산, 임실 등) 1500명 ▲경남(창원, 김해, 진주 등) 1200명 ▲울산 1000명 ▲제주 1000명 등이다.
퇴진행동은 “갑작스러운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탄핵 지연 어림없다’ ‘특검기간 연장하라’ 요구하며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며 “다음주 48시간 비상행동과 17차 총집중 범국민행동의 날을 힘차게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주말 집회는 ‘서울 집중’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퇴진행동은 232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난해 12월3일 6차 촛불집회 때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명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광화문 집회 기조발언에서 “삼성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신화가 마침내 무너졌다.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은 특검의 노력과 특검을 응원한 우리 촛불의 힘이었다”며 “하지만 헌정유린의 범죄자를 비호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24일 심판을 종결하고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이것이 주권자의 명령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430억원대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지난 17일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앞서 한 차례 기각(조의연 판사)된 바 있다.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정치권은 박근혜정권 퇴진과 처벌을 요구하는 1200만 촛불의 민심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는 게 우선”이라며 최근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한 여·야 교섭단체 4당 대표들을 겨냥했다.
박 대표는 “얼핏 그럴싸한 신사협정처럼 보이지만 헌정유린의 공범이면서도 한치의 반성도 없이 새누리당 간판만 바꾼채 계속 국정농단에 공조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청산과 처벌의 대상이지 승복 운운하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동구 금남로에서 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탄핵 즉각 인용’ ‘특검 연장’ 부역자 처벌’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금남로 무등빌딩 인근에 마련된 ‘특검 힘내라’ 칠판에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 “박근혜·우병우 구속하라” “최선을 다해달라”는 등의 메모를 남겼다.
대구에서는 ‘박근혜 퇴진 제15차 대구 시국대회’가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는 오후 5시 만민공동회를 시작으로 6시부터 본 행사가 열렸으며 7시10분부터는 한일극장을 시작으로 공평네거리와 봉산육거리~반월당~중앙네거리를 거쳐 한일극장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2㎞)을 벌였다.
이날은 대구지하철 참사 14주기이기도 하다.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한다고 밝힌 이강철(27)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오늘은 대통령 탄핵뿐만 아니라 당시 돌아가신 분을 위해 집회에 참석해 기도라도 해 달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시민 손모(52·여)씨는 “대학시절 남들이 사회이슈로 집회에 참석할 때 나가지 않은 것이 후회돼 이 자리에 나왔다”며 “촛불집회는 전 세계 역사에 없는 아름다운 민주혁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이 14번째인 울산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공통 주제를 놓고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첫 번째 공통주제로 ‘만약 탄핵 기각이 결정된다면?’이 주어지자 야유부터 퍼부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65세 남성은 “탄핵 반대집회에 나가야 할 나이지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촛불집회”라며 “그런 일은 없겠지만 탄핵이 기각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