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칼날이 '주택 강자' 중흥건설 오너 일가로 향하면서 지역 경제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광주지역 건설업계 5위인 남광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만에 주택공급 전국 톱3인 중흥건설이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자 중견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2009∼2010년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검찰의 칼날, 오너 일가 겨눠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3일 수십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최소 100억원 이상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중흥건설 자금담당 부사장 이모(57)씨를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중흥건설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5일 본사와 계열사, 회사 대표와 회계책임자 자택, 계열사인 나주관광개발 등 5곳을 2차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3상자 분량의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일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신대지구 공공용지 설계변경으로 1000억원 상당의 특혜를 준 혐의로 개발 관련 공무원과 시행사 대표가 나란히 구속됐다.
'도우미 공무원'과 시행사 대표 구속, 본사·계열사 압수수색, 회사 대표 자택 압수수색, 자금 담당 부사장 구속 등 검찰의 수사 흐름으로 비춰볼 때 검찰의 칼날이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의 자체 수사가 아닌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한 수사임에도 검찰이 작심한 듯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택공급 톱3, 대기업 집단 "게이트로 번지나"
"중흥게이트로 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중흥의 무게감 만큼이나 지역 경제계는 술렁이고 있다.
중흥건설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전국 52위, 광주·전남 4위 건설업체다. 시평액은 5437억원 수준. 주택공급량만 놓고 보면 전국 톱3다.
최근에는 정창선-정원주로 이어지는 최고경영진에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중흥종합건설까지 더해지면서 자산총액 5조6000억원, 계열사 43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이른바 '대기업 집단'에 창사 32년 만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수십년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커온 중량감있는 기업이라는 점에도 비자금 향배에 따라서는 정·관계로도 검찰의 수사망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택건설사업 특성상 협력사만도 1000여 곳에 달해 경제적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 수사로 올해 신규 공급 예정이던 전국 8개 지역 11개 단지 1만3780가구에 대한 사업계획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호남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건립 공사가 한창인 전국 25개 현장에서 근무중인 근로자만도 7000∼8000명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 이들의 생계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09∼2010 악몽 되살아 나나
'5∼6년 전 악몽'과 '제2의 대주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2008년 정부의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이 겹치면서 2009년부터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2009년 3월 광주 1위 건설사인 삼능의 법정관리 신청을 시작으로, 4월에는 중도건설, 6월에는 대한페이퍼텍이 법원에 경영관리를 요청했다.
이듬해에는 더욱 심각해 광주·전남 2위 건설사인 남양, 3위 금광, 철강유통 전국 1위 새한철강, 향토유통업체 빅마트에 목포조선까지 법정관리 회오리에 빠졌으며, 급기야 광주·전남 도급 1위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대주건설은 최종 부도처리됐다. 2010년 한 해에만 광주·전남에서 부도난 업체가 100여 곳에 달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역 경제계는 지난해 4월 시평액이 1000억원이 넘는 남광건설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올해 중흥이 검찰 사정권에 들면서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광은 지난해 12월29일 회생절차인가를 받고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주택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신규 분양과 재개발 등으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인 상황에서 비자금 의혹이 터져 나와 불똥이 하청업체와 협력사, 나아가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