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1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처음 지정된 지 3년이 지난 분야에 대한 ‘재지정(연장)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 대기업의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해 지정을 해제하거나 1~3년간 차등 연장하겠다는 게 골자다.
첫 규제기간인 3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대기업이나 중소업계 쪽에서 재심의를 신청할 경우 조기해제 또는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중소기업에서 전문성을 키워 성장한 전문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에 역차별을 당하는 대기업 등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같은적합업종 운영개선 방안에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입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 데 대한 불만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대기업의 거짓 주장으로 왜곡된 내용이 끝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현실에 억울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소상공인협회는 전국 300만 영세상인과 900만 자영업자들이 서명운동과 정부 규탄 집회를 갖겠다고 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특히 반발하는 것은 재지정 기간을 1∼3년 차등 적용한다는 대목이다. 지금은 일단 지정이 되면 3년간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업종별로 차등한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흔드는 것이란 주장이다. 더욱이 3년 재지정된 경우에도 재심의를 통해 지정을 조기에 해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경영의 영속성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고 항변하고 있다. 접수·신청 단계부터 신청 사유가 명확한지를 평가받도록 하는 등 절차를 대폭 강화한 것은 사실상 업종 지정을 힘들게 만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2011년 9월 도입된 후 현재 100개 업종이 지정돼 있다. 올 9월 처음으로 순대, 떡, 고추장 등 16개 품목의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등 모두 82개 품목이 연내 재지정 여부가 확정된다. 동반성장위의 이날 발표도 오는 9월 재지정 여부를 겨냥한 것이다. 이 제도는 시행 당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경제원칙에 어긋난다는 원론적 지적부터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 우려, 국제시장 경쟁력 약화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지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등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를 통해 시행됐다.
시행 3년을 맞아 구체적 성과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반성장위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주장보다는 대기업 입김이 많이 반영된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은 유감이다.
동반성장위는 개선안이라고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개악안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포기함으로써 빌미를 줬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