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보고 들으면서 습득한 지식정보와 체험을 바탕으로 선별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분류하고, 분별하고 저장해왔다.
그리고 인간은 결코 ‘생각하기’를 멈출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미 저장된 지식들을 분해하고 합성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 견해를 지속적으로 생성해왔다. 그런데 ‘생각하기’는 대부분 섬광처럼 반짝 했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해될 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고, 대체로 무의식중에 일어나기 때문에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일어난 모든 ‘생각하기’를 제대로 인식해내기란 쉽지는 않지만 이미 취득하여 알고 있는 것과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만약 한 번도 떠올려보거나 인식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상황이 주어진다면 이해를 돕기 위해 벌써 체득한 지식정보나 체험과 연결하여 스스로 다른 해석을 찾아낸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즉시 과거에 저장해두었던 수많은 자료들을 검색한다.
그리고 앞서 알고 있는 지식정보와 체험을 기반으로 그것이 어떤 것인지, 믿을지 말지, 보관할지 거부할지, 활용할지 폐기할지를 판단 분별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사고는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과거의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뇌리에 저장된 파일이 크면 클수록 믿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다른 생각과 개념을 지지하고 증명할 범주가 확장되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사고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의 마음도 진작부터 믿고 있던 것들과 결부시켜 새로운 정보에 대한 신념을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뇌가 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그러니 생각이 한 가지 방식에만 집착하면 그와 똑같은 형식만 강화시키게 되고, 결국에는 유일한 방법만 인식하게 되므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그 법식만이 진실이며 정말이라고 믿게 되는 고정관념이 형성되고 만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쌓아온 믿음들을 바꾸기가 어째서 힘든지, 받아들여 믿는 기간이 길수록 습관화된 관념들을 폐기하기가 왜 난해한지, 자신을 단단하게 옭아맨 폐습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각자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 왜 쉽지 않은지,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가 왜 까다로운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우리의 일상생활 언어가 건설적이고 유익하고 바람직한 긍정적 측면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비생산적이고 패배적이고 배타적인 부정적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가 하는 말이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사실조차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무의식중에 부정적인 인생을 살도록 스스로를 규정하고 강화하고 있음을 전혀 눈치도 못 채고 살고 있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생활태도가 자신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전혀 간파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기부정을 인정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삶이라고 여기는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허상의 진실을 지키려고 한 결과는 실패한 삶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만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스스로를 부정한 증거들을 지지하고 증명할 파일들로 자기 마음속을 가득 채워놓고 자기부정에 동의하지 않는 속 깊은 마음은 모두 폐기해버린다. 그리곤 고달픈 삶을 살면서 성공한 인생을 기대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뇌는 강제적인 자극에도 그대로 반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부정하는 사람에게 성공한 행복이라는 긍정의 성취를 갖다 바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자기부정의 말들을 살펴보자. 난 잘 되는 게 없어!?난 원래 되는 일어 없어!?난 재주가 없어!?내 생각은 기발하지 않아!?난 너무 눈치가 없어!?나 스스로가 미워!?하는 일마다 안 풀려.?그런 것에 전혀 소질이 없어!?한 번도 이겨본적이 없어!?수학은 영 뻥이야!?불행의 연속이야!?난 별 볼일이 없는 인간이야!?방법이 없어!?난 유능하지 못해!!?난 노력해도 안 돼!?너무 절망적아야! 등등.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 잘못된 정보들로 자기 내면을 편성해 놓았으니 일이 꼬이고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컴퓨터는 입력된 것만 받아 그대로 출력하듯이 인간의 뇌도 잘못된 것이라도 반복만 하면 그대로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는 멍청한 장기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무심코 한 말에도 뇌는 반드시 개입할 것이며 주입된 그대로의 결실을 얻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간절히 소망하는 것들로만 마음을 채워둠으로써 자기 인생이 긍정의 결실만을 맺도록 무의식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지혜를 발휘하라.
최 수 호
현대행동심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