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5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의 신임 원내지도부는 세월호 후속대책과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국회를 열기로 하는 등 3개 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가적 규모의 재난상황을 맞아 정치권이 모처럼 당리당략을 접고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양 원내대표가 전날의 선출 이후 첫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한 후 하루를 미뤄 함께 발표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여야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6월까지 이어지는 5월 국회 소집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 6월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속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 정신이 곧바로 국회의 정치력 복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5월 임시 국회는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의 접촉에서 회기를 조율해 이번 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6·4 지방선거를 관통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을 임시 국회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눈앞의 지방선거에 원내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야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정부와 여당의 실정(失政)을 최대한 부각시켜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할 것이다. 여당 또한 야권의 공세를 어떻게 적절히 방어해 선거 판도의 평형을 되찾을 것인가 고심할 것이다. 그러니 겉으로는 여야가 세월호 후속 대책에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이지만 일정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상상 이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민심이반 못지않게 야당의 지지율까지 동반 추락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5월 첫째 주 지지율은 23%로 신당 창당선언(3월 첫주) 이후 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여야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는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 같은 심리적 재난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진다면 대한민국호(號)의 퇴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진정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번 임시국회를 맞는 양당의 자세는 어느 때보다 진지해야 한다. 국회를 열어놓고 또다시 정치공방을 거듭할 경우 국민의 정치혐오와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만큼은 국회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다독여 통합의 길로 인도하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세월호 국회’라는 큰 원칙에 합의한 만큼 소소한 각론의 차이는 대승적으로 극복하고 공감의 정치를 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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