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철 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
모 그룹 회장에게 일당(日當)5억 원의 ‘황제모역’의 판결로 인해 온 나라가 연일 떠들썩하다.
그리고 당시 판결을 했던 모 법원장이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날 법원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저를 둘러 싼 여러 가지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써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고 밝혔다. 또한 “과거의 (황제노역) 확정판결에 대해 당시 양형사유에 대한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이 부각되고 나아가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에 대해서도 아쉽게 생각한다.”며 “모든 것을 색안경을 끼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사법행정도, 법관의 직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갑을논쟁으로 벌어진 우리사회의 불편한 면모들이 이번 황제노역 판결의 결과와 함께 더욱 불이 붙어 광주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사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도 판결의 결과와 함께 이런 결과를 내놓은 사법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이번 노역판결과 관련하여 노역 일당을 최대 3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정도로 우리사회에 일파만파로 환산되고 있다. 6.4 지방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점에서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빠른 후속조치와 한 목소리로 비난 할 만큼 사안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향판제도란 무엇을 말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다. 향판이란 서울과 지방을 오가지 않고 퇴임 때까지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판사를 말한다.
이 제도는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온 법원의 인사 관행으로 대다수의 판사가 지방보가 서울 지역 등에서 법원근무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도권에서 이들을 받아줄 일자리가 부족하자 대법원이 평생 지방 근무를 원하는 판사들을 순환근무 인사이동에서 제외시킴으로 한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고등법원 관할 지역에서 향판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권역별 지역법관(향판) 비율이 대전 38% 대구 46%, 부산 31% 광주 27%로 전체법관 2500여명 가운데 약 300여명이 향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제도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도 있어 지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황을 알 수도 있고 지역사회에 대한 전문성이 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한 지역에 오랜 세월 근무하다 보면 법조인과 지역의 유력인사들의 유착관계가 심해지면서 부정부패와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 그동안 법조인과 지역의 유력인사들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많은 사례가 있었다.
소위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각종 향응과 접대, 뇌물성 선물 등을 받은 법조인들이 나타났지만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되면 대부분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진실은 당사자들의 양심만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향판제도를 행정상의 편의와 또 잦은 전보 인사에 따른 재판의 효율성 저하 방지를 위해 시행했다면 그에 대한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재판의 효율성은 강조하면서 국민의 상식 밖의 결과를 초래하는 판결을 한다는 것은 법의 정의에 대한 불신만을 증폭시키는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황제노역 판결을 낸 판사는 29년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만 법관생활을 했고 판결을 받은 허 회장의 변호사 2명은 30년 가까이 광주·전남 지방에서 판사생활을 한 후 퇴임하여 변호활동을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법조계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제도적인 방비가 시급하다. 또한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법관들이 명예도 존중받을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