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프로배구를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구자준(63)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취임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우리카드의 드림식스 인수, 러시앤캐시 창단 등 배구계에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다 보니 지난해 11월 23일 취임한 뒤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스스로 기업인이 안 됐으면 운동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소 스포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인 구자준 총재 덕에 프로스포츠의 막내격인 배구가 ‘겨울스포츠의 꽃’ 프로농구를 능가할 수준까지 왔다.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배구경기를 챙겨보는 꼼꼼함으로 배구판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구자준 총재. 기업인으로서의 냉정한 현실 판단능력과 발자국을 쉬이 어지럽히지 않으려는 책임감이 균형을 이뤄 프로배구는 오늘도 힘차게 일보전진하고 있다.
지난 28일 구자준 총재를 만나 프로배구가 처한 현실과 그가 제시하는 청사진을 들었다.
외형적인 성장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그는 “밑으로는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프로답게 보다 수준 높은 실력과 쇼맨십을 겸비해 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배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자준 총재와의 일문일답
- 새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났다. 첫 달 1라운드를 평가한다면.
“총재 취임 뒤 올해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다행히 시청률이 좋아서 나름대로의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남자 팀이 한 개 늘어나 7개 팀이 됐다. 예전에는 남녀 팀 수가 맞아서 리그 운영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냈는데, 올해는 균형이 안 맞다보니 전체관중을 집결하는 과정에서 산란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관중 수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네이버 중계를 통해서 매 게임 2만5000뷰 내지는 빅경기(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경우 3만 뷰를 넘기는 것을 봤을 때는 상당히 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 올해 특별히 내세우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4년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계획을 세워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총재의) 잔여 임기(~2014년 6월)를 맡아서 하다보니 시간적인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재 부임 후에는 우리카드 인수와 러시앤캐시 창단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중장기 계획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른 부분은 크게 신경쓸 수 없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여러가지 일을 시작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일로는 단체 (KOVO)운영을 투명하게 이끈 점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FA관련 규정, 정관 개정 등을 수정 보완한 일을 내세울 수 있다. 취임 후 만 1년이 지났지만 부족한 감이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미흡한 제도개선 부분을 정리해 나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스스로 다사다난했다고 평가한 프로배구 10년에 대한 의미는 무엇이고 향후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프로의 길을 가고 있는 배구는 두 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첫째, 아마추어보다 실력이 좋아야 한다. 둘째,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관중을 끄는 쇼맨십이 있어야 한다. 10년 차가 됐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아직까지 조금 미흡한 측면이 있다. 30년 역사를 가진 야구는 상당히 성숙해 있고 관중에게 접근하는 노하우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배구는 부족하다. 출범 10주년을 맞아 개선할 점은 개선해 관중에게 가까이 가고,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주는 프로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시청률 면에서 농구를 뛰어넘어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현재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농구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만약에 농구와 똑같은 조건으로 경기 수가 많아진 상황을 가정했을 때에도 같은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확답을 드리기 힘들다. 상대 비교가 아닌 배구만의 절대 인기가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배구가 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 남자 7개, 여자 6개 팀이 있는데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적은 감이 있다. 향후 팀 수를 늘려 양적인 활성화를 이끌어 낸다는 방안을 갖고 있는지.
“구단 숫자만 늘리는 게 만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녀 초·중·고 선수를 모두 더해봐야 24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녀 프로팀이 13개나 된다. 보유한 배구 선수층에 비해서 프로팀은 현재 많은 수준이다. 잘못하면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남자부는 1개 팀이 늘어 7구단 체제가 됐지만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보다 더 수준높은 경기를 하면서 팀 숫자도 늘어나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외형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초·중·고 유소년 선수층이 두꺼워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프로의 자산이 된다. 연맹에서도 이를 위해 대한배구협회와 함께 신경을 다각도로 쓰고 지원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