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 국적의 한국인 부녀가 동반으로 2연패를 달성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은 대회 첫날인 지난달 31일 공인품새 남자부 개인 59세 초과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정철(61)과 여자부 39세 이하급(30~39세)에서 우승한 딸 로라 김(31)이다.
둘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8회 세계품새대회에서 나란히 시상대 맨 위에 올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됐다.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세계대회 우승을 부녀가 동반으로 2회 연속으로 차지했으니 놀라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따름이었다.
로라 김은 3일 "매우 행복하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2번 연속으로 우승을 하게 돼 더 기쁘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수련해서 계속해 좋은 성적을 싶다"고 말했다.
김정철은 30여년 전인 1978년도에 태권도 사범 자격으로 스페인에 가 그곳에서 정착했다. 로라 김은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로라 김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도장에서 어려서부터 도복을 입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침착함을 요구하는 품새에 더 매력을 느꼈고 소질도 보였단다.
로라 김은 2006년 1회부터 품새대회에 출전했다. 초창기에는 한국과 이란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어느덧 세계 최강 자리에 올랐다.
품새가 처음으로 열린 2009년 세르비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을 차지했고 이듬해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탄력을 받은 그는 지난해 콜롬비아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세계품새대회 2연패의 영예를 안았다. 로라 김은 이 공로로 스페인 국왕이 주는 체육훈장 수장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명실상부 세계 제일의 실력자 딸이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단다.
김정철은 로라 김의 시연을 손에 땀을 쥐며 바라봤다. 혹시 실수는 하지 않을지, 준비한대로 잘 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다. 로라 김의 점수가 발표되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딸보다 더 기뻐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딸과 함께 웃을 수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김정철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2007년부터 도장을 정리하고 사업을 벌이는 중인데 일과 운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또 환갑을 넘으면서 체력적인 부분도 부담이 됐다. "그래도 딸의 지도는 계속 할 것이다"고 했다.
김정철은 "내가 우승한 것보다 딸이 우승해 더욱 좋다. 특히 부녀가 함께 2연패를 달성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이 매우 큰 영광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