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벌써 1000억弗 …K-수출 호조세에 美 관세압박 변수
10월 누계 대미 수출 1767억弗, 수입 745억弗, 무역수지 1022억弗 흑자
반도체 대미 수출 510억弗 전년비 419%↑ 컴퓨터 236억弗 514% 증가
韓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 이유로 대미 투자 및 관세 압박 심화 가능성↑
작성 : 2026년 11월 02일(월) 16:22 가+가-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495억 달러 흑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을 관세 정책의 명분으로 삼아 온 만큼, 흑자 확대가 추가 시장 개방이나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미 수출액은 1767억 달러, 수입액은 745억 달러로 무역흑자는 1022억 달러였다.
월별 대미 무역수지는 1월 52억 달러, 2월 69억 달러, 3월 92억 달러, 4월 80억 달러, 5월 85억 달러, 6월 121억 달러, 7월 85억 달러, 8월 89억 달러, 9월 173억 달러, 10월 176억 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가 대미 무역수지 1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앞서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 2023년에는 444억 달러, 2024년 556억 달러, 2025년 49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대미 무역수지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이유로는 우리나라 수출액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볼 여지가 많다.
월별 대미 수출액은 1월 120억 달러, 2월 127억 달러, 3월 164억 달러, 4월 164억 달러, 5월 160억 달러, 6월 200억 달러, 7월 175억 달러, 8월 165억 달러, 9월 243억 달러, 10월 249억 달러 등 누계 1767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을 이끈건 반도체다. 1~10월 대미 반도체 수출은 510억 달러로, 전년대비 419% 늘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와 함께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컴퓨터 수출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10월 누계 우리나라 컴퓨터 품목의 대미 수출은 236억 달러로 전년대비 514% 늘어났다.
지난해 미국의 고율 관세로 줄었던 자동차 수출은 245억 달러로 1.1% 늘어 안정을 찾았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와 서버용 SSD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직접 연결되는 품목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 이는 한국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통상 리스크다.
미국이 제조업 육성과 무역 불균형 해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해당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리 기업에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 및 현지 공급망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동차 품목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내 공장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품에 부과하는 관세 면제 또는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도 변수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도 현재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참패할 경우 기존 관세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구조적 과잉생산·과잉설비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체결한 무역 합의를 근거로 상호관세 15%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별도의 무역법 조사와 관세 조치가 추진될 경우 기존 합의만으로 통상 부담을 제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들린다.
또 무역확장법 232조 등 별도의 법적 근거를 활용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 통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고 미국의 관세 압박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 ▲기업 수익성 악화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압박 ▲국내 생산·투자 위축 등의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대미 무역흑자 확대가 한미 통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을 명분으로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과 대미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구조적인 흐름인 만큼 이를 직접적인 관세 압박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이 중국을 압박했듯이 우리나라에 대한 대미 투자 압박이 더욱 더 강해질 수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가격 압박과 함께 미국 내 생산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도 미국으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말했다.
박석재 우석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걸 꼬투리 잡아서 관세를 올리거나 대미투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힘들다”며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와 서비스 투자 확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등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범석 기자 hsbchun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