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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젖을 먹이는 딸

김철수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한국학장
작성 : 2018년 07월 15일(일) 16:39 가+가-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 입구에 걸려있는 그림 한 점은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당황스러움을 주고 있다.
그 그림은 가슴이 풍만한 젊은 여인이 초췌한 간수복을 입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표정에 두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고 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었고 그림 밑에는 《노인과 여인》이란 제목이 적혀 있다.
이 그림을 처음 대하게 되는 방문객들은 노인과 젊은 여자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지가 궁금하고 감옥을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는 어울리지 않는 애정행각으로 단정한 후 얼굴을 찌쁘리기도 하고 분명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도덕적으로 쉽게 용납될 수 없는 그림이라고 판단해서 이내 불괘한 표정을 짓고 만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당시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고 있던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스이다.
어떻게 이런 퇴폐적인 그림이 성스러운 국립미술관의 벽면에 당당하게 걸려있단 말인가? 더구나 미술관에 맨 처음 들어서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딸 같은 나이의 가슴이 풍만한 젊은 여인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듯한 노인의 부도덕한 모습의 그림에 관람객들은 매우 못 마땅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그림에 감춰진 배경과 그림속 주인공의 관계를 제대로 알게 되면 금방 숙연해지고 만다.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부도덕한 행위를 커다란 화폭에 담았을가?
과연 이 그림은 천하고 보잘 것 없는 3류 애정행각을 그린 그림일까? 의문은 꼬리를 물고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게 된다.
간수복을 입고 거의 아사직전에 있는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무릎위에 온 몸을 맡긴 채 미친 듯이 젖을 빠는 노인의 이름은 ‘키몬(Cimon)’이고 노인에게 젖을 물리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여인의 이름은 ‘페로(Pero)’로 서로는 부녀관계이다.
바로 이 노인이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독재자와 싸운 애국지사로 독재자들은 노인을 체포해 감옥에 가두고 가장 혹독한 고문과 형벌을 가했다. 그리고 국왕은 키몬에게 교수형을 언도한 후 아무에게도 물 한 모금 가져다주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리는 바람에 감옥 안에서 노인은 서서히 굶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아이를 해산한지 며칠 안되는 딸은 소식을 통해 감옥 안에 수감되어 있던 아버지께서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 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이런저런 벙법을 동원해 감옥에 와보니 아버지의 몰골은 뼈와 가죽만 남은 죽은 시체와 전혀 다를바 없었다.
자신도 해산한지 며칠 되지 않는 무거운 몸으로 달려와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는 순간 딸은 아무런 음식도 감옥안으로 갖고 들어갈 수 없다는 간수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으나 우선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얼굴이라도 뵙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생각하고 막상 만나보니 겨우 숨만 가쁘게 내 쉬고 있을 뿐 산송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 모습을 본 딸의 눈에는 붉은 핏발이 순간적으로 서기 시작했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앞가슴을 열어 제치고 퉁퉁 불은 젖을 아버지에게 먹이기 위해 젖꼭지를 물렸다.
마지막 가는 아버지께 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행위였고 부모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사실처럼 리얼하게 화폭 속에 담아 후대에게 물려준 그림이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루벤소가 그린<노인과 여인>이란 제목의 명화인 것이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미술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 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며 국립미술관 입구 가장 좋은 위치에 진열해놓고 있다.
이 그림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더 없이 귀하고 소중한 성화(聖?)인 셈이다. 오늘날까지도 이 그림에 담겨져 있는 깊은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값싼 ‘포르노’그림이라고 비하한다.
그러나 그림 속에 담겨있는 본질을 알고 나면 비로서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과 감격 속에서 명화 앞에서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를 못한다.
‘사실과 진실은 항상 같은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이 그림을 두고 하는 의미 있는 말로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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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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