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혁명’ 성공한 세르비아 학생운동, 정부 구성·기조 불투명
학생명부, 지도자 없이 집단 의사결정 운영
“특권 아닌 책임”… 부패 척결·법치회복 강조
EU·러시아 관계 등 외교 기조 아직 불확실
작성 : 2026년 10월 27일(화) 17:13 가+가-

세르비아에서 학생 주도의 정치 세력인 ‘학생명부’가 총선에서 압승해 14년간 이어진 권위주의 통치에 막을 내렸지만, 뚜렷한 지도자나 총리 후보가 없어 새 정부 구성과 국정 운영 방식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가디언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세르비아 학생명부(Student List)는 지난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53%를 득표해 전체 250석 중 14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전 대통령이 이끄는 세르비아진보당(SNS)은 39%를 얻어 103석에 그칠 전망이다.
이로써 16명이 숨진 노비사드 기차역 지붕 구조물 붕괴 사고로 촉발된 2년간의 반정부 시위는 학생들의 정치 혁명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특정 지도자 없이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운영돼 온 학생명부가 실제 어떤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들은 위계질서를 두지 않고 특정 지도자를 세우지 않는 방식을 채택했던 만큼 총리와 내각을 누가 맡을지도 명확하지 않다.
후보군에는 학생뿐 아니라 학자와 배우, 농민도 포함돼 있다. 다만 심장 전문의 일리야 스르다노비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데얀 쇼슈키치, 베오그라드대 화학과 교수이자 총선 승리 후 학생명부를 대표해 발언한 라도미르 사이치치 등이 주요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핵심 공약은 부패 척결과 법치 회복이다. 검찰에 책임을 지는 독립 경찰 조직을 신설하고 조직범죄와 연루된 경찰관을 퇴출하는 한편 국영기업의 정당 인사 임명 관행을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주요 국가 기반시설 계약과 자금 흐름을 공개해 공공자금 유용을 막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학생명부 후보 아나 미르코비치는 “우리는 선거 결과를 권력과 특권을 얻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국민과 아이들에게 역사적 책무를 짊어지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목표는 “사회를 밑바닥부터 재건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탈정치화와 교육·보건의료 체계 쇄신 등을 강조했다.
다만 전임 정권에 충성하는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남아 있어 제도 개혁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연합(EU) 및 러시아와의 관계 등 외교 정책 방향도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EU와는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EU 가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에 대해선 지금까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데다 코소보 독립에 대한 국제 승인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외교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만큼 기존 외교 기조를 유지할지도 불확실하다.
김용전 기자 Danielyongjen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