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뉴스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의 ‘인링크’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한번 들어온 사용자를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위해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네이버 안에서만 소비하게 하는 ‘가두리 양식’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이용자 집중에 따른 여론 왜곡과 조작 위험이 이번 ‘드루킹 게이트’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한데도 특검을 하자는 야당쪽과 반대하는 여당쪽 주장이 다르다.
이를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과거부터 암암리에 성행했던 매크로를 네이버는 이번 ‘드루킹게이트’가 터지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백번 양보해, 진짜 몰랐다고 하면 네이버는 양산형 매크로에도 뻥뻥 뚫린다는 얘기 아닌가. 대한민국 최대 포털기업의 보안 시스템이 ‘초딩’ 수준임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기계적으로 매크로 돌려서 조작하는 행위를 네이버가 못 찾아낼 리 없다. 빅데이터 기법을 동원하면 쉽게 잡아낼 수 있다”며 “이걸 방치한 건 댓글 전쟁을 유도한 것”이라고 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댓글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침묵하면서 포털 스스로가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론 조작=위조지폐 사범’으로 등치시켜야 한다는 지적까지 한다.
임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두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여론 조작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망치는 위조지폐를 중범죄로 다루듯 댓글조작을 개인의 일탈 등으로 안이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한 것은 2004년부터다. 댓글도 처음 등장할 때는 의도 자체가 순수했다. 표현의 자유와 쌍방향 소통 확대라는 시대정신이 그 배경이었다. 누구나 뉴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은 순기능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글들은 과격해지고 무례해졌다. 욕설·비방 댓글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도 있었다.
악성 댓글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익명성에 기대고 있다.
익명성은 대중의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으나 절제력을 잃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멀쩡하던 청년들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격적인 댓글들이 뉴스를 조롱하고 희화화하면서 활발한 토론과 건강한 담론 생성을 방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더라도 댓글실명제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익명성의 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댓글에 대한 호감-비호감의 숫자가 거대한 흐름을 만들며 국민 여론과 등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댓글알바-댓글부대 등이 판친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드루킹 사건’은 그 실체가 드러난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드루킹은 과거 정치인들을 찾아가 표를 왕창 몰아줄 테니 자신의 지분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선거 브로커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로마시대 안토니우스 같은 정치선동가가 대중을 모아놓고 여론몰이를 했다면, 이젠 드루킹 같은 정치 거간꾼들이 포털을 장악하고 여론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인이 의존하고 있는 네이버가 이런 선동꾼의 준동을 막지 못하고 여론 조작 놀이터가 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네이버도 이들 세력에 당한 것이지만, 뉴스의 70%가 소비되는 창구인 만큼 네이버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네이버가 ‘최신’순이었던 댓글 배열을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치명적이었다.
2015년 5월 비공감에 가중치를 두는 호감(공감수-비공감수×3)순으로 바꾸자 상단에 있는 댓글을 끌어내리기 위해 비공감을 누르는 클릭전쟁이 격해졌다.
여론 조작을 부추긴다는 질타가 커지면서 네이버는 2017년 11월 순공감(공감수-비공감수)순으로 댓글 정책을 재조정했다.
그러자 싫은 댓글을 끌어내리기 위해 비공감을 기존의 3배나 클릭해야 했던 조작세력이 매크로(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는 프로그램)를 동원한 것이다. 제2, 제3의 드루킹을 막고 네이버가 사는 길은 뉴스 유통과 댓글 관리에 있어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여당은 특검을 수용하고 댓글 여론 조작과 관련한 법안 처리에 협조해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