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면서 지방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분야도 정규직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정작 정당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어 전향적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광주지역 정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주요 정당의 광주시당과 전남도당 당직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대부분 비정규직 신분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광주시당과 전남도당 사무처에 5∼6명의 유급 당직자를 두고 있으나 중앙당에서 파견나온 사무처장만 정규직일 뿐 정책실장, 대외협력실장, 총무국장, 조직국장, 공보국장, 주임 등 나머지는 죄다 비정규직이다.
그나마도 2년 단위 계약이고, 시·도당 위원장이 바뀌면 소위 ‘내 사람 심기’로 인해 대부분 교체되기 일쑤여서 ‘시한부 당직자’나 마찬가지다. 노조 결성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2013년 시·도당 당직자들의 정규직화 시도가 무산된 것도 시·도당 위원장들의 거센 반발이 주된 요인이었다.
임금도 하늘과 땅 차이다. 정권교체 후 당원 증가 등에 힘 입어 급여 인상이나 조정 등을 거쳤지만 실·국장의 임금은 중앙당 국장급인 사무처장의 절반 수준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있는 지역구는 후원회 결성이 가능하지만 광주·전남은 대부분 국민의당 소속이어서 이마저도 여의찮다.
적은 인력과 불안한 신분에도 불구, 이들은 후보자 심사와 경선 등 공천 업무를 비롯해 당원 관리 및 교육, 중앙당 연락업무, 지역위원회 지원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현역 국회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도당에 4∼6명의 유급 당직자를 두고 있으나 중앙당 소속 사무처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원 비정규직이다. 시·도당 위원장이 자체 임명하는 방식이다. ‘코드인사’를 피해가기 어려운 구조다.
정당법이 발목을 잡아 인력을 늘릴 수도 없다. 정당법 제30조에는 ‘정당에 둘 수 있는 유급 사무직원은 중앙당에는 100명을 초과할 수 없고, 시·도당은 100명 이내에서 각 시·도당별로 중앙당이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17개 시·도당을 운영한다고 보면 각 시·도당별로 5.88명을 넘길 수 없다.
‘정당의 과도한 인건비 지출을 막는다’는 취지지만, “과도한 제약”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한 당직자는 “시·도당 위원장이 바뀌면 당직자가 줄줄이 교체되는 것도 큰 병폐지만 정당법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시·도당은 당직자들의 신분에 대해 공개를 꺼려 했으나,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지방분권, 선거업무 가중, 코드인사 폐단 등을 이유로 시·도당 당직자 정규직 전환과 당직자수 확대를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 당직자 처우 개선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2년 있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당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지고, ‘당무노하우’ 전수는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정규직화를 통해 안정적 지위를 보장하고, 중앙당과의 인적 교류 등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는 게 결국엔 지역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시·도당 사무처장을 지낸 한 인사는 “정부 정책을 집권당이 외면하면 그 정책은 모멘텀을 상실할 수 있다”며 “여당인 민주당부터 시·도당 당직자 정규직화, 나아가 정당발(發)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나설 때”라고 촉구했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중앙당은 물론 시·도당 당직자들도 대부분 정규직이고, 4개 보험도 상당수가 가입돼 있다.
유종천 시당 사무처장은 “일시적 업무가 아닌 영역에서 기간제를 쓰는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자’는 당원들의 주장에 위배된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중앙당 사무총장과 끊임없이 협의하고 있으며, 인력 채용은 정규직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시·도당에 사무처장과 조직, 여성, 회계 등을 담당하는 4명 씩의 당직자를 두고 있으며, 이들 중 2∼3명은 정규직, 나머지도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이다.
‘보수 불모지’고 당원이 적고 당세가 약하고 원외지역이지만 오랜 기간 여당으로 집권하는 과정에서 시·도당 조직도 정규직이 뿌리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