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등 검은 돈 의심되는 고객들 계좌 대대적… “부패와의 고리 끊기”
유럽 은행들이 돈세탁 등 검은 돈으로 의심되는 고객들의 계좌를 대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부패한 돈과의 거래를 끊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도이치뱅크(도이체방크)와 바클레이,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 등 3개 은행이 위험 고객 계좌 2만~3만5000개를 폐쇄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돈세탁 관련법이 점점 강화되면서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큰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불법 거래와 연루될 경우 자칫 천문학적인 규모의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총리는 12일 런던에서 반부패 정상회의를 주관한다. 이 자리에서 부패와 싸우는 은행의 역할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가 최근 20만 개 이상의 유령회사들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은행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해외시장과 기업, 투자은행 등과 관련된 19만개 계좌 중 35~40%를 정리할 계획이다. 도이치뱅크의 일부 고객들은 법인체를 복수로 만들어 거래를 하고 있다.
바클레이는 최근 수년 동안 수면계좌와 유사 수면계좌 3만5000개를 정리했다.
지난해 UBS는 고객들의 계좌를 점검한 결과 놀랍게도 계좌의 60% 정도가 지난 3~5년 동안 거의 거래를 하지 않은 수면계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UBS는 이들의 계좌를 정리했다.
유럽의 은행들이 고객들의 계좌를 대대적으로 정리를 하면서 주주들 중 일부는 은행의 수익이 크게 떨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올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하락한 2억3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103억 유로에서 22% 감소한 81억 유로를 기록했다. 도이치뱅크 내부에서는 고객 정리 작업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4월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리보금리 조작 혐의로 25억 달러나 되는 벌금을 물었다. 도이치뱅크는 그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수상한 돈 거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의 수상한 돈 거래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후 도이치뱅크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고객들을 대거 정리했다. 1500개에 달하던 러시아 관련 고객들이 600곳으로 줄었다.
도이치뱅크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존 크라이언은 지난 해 도이치뱅크 매출의 80%는 30%의 고객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최근 유럽은행들의 대대적인 고객 정리는 JP모건 체이스와 HSBC 등의 사례를 따르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10만 개 이상의 계좌를 폐쇄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지난해 5월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으로부터 89억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이란, 수단, 쿠바와 대규모 금융 거래를 한 혐의였다. 미국이 경제제재 위반과 관련해 매긴 벌금액 가운데 사상 최대 액수다. 이후 BNP파리바는 제네바 고객의 수를 1500명에서 200명으로 줄였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은 해외 거래 고객 2만 명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