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국제 사회와 역사적인 핵 합의를 맺은 이란이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이란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세력을 넓히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가 이란을 ‘사고뭉치’ 이미지로 만든 뒤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로 중동 지역에서 경쟁해왔다.
그러나 이란의 핵 합의 이후 사우디는 이란이 중동 지역은 물론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강화하게 될 경우를 견제하고 있다. 인구가 사우디의 2.6배에 달하고 군사력과 원유 보유량이 풍부한 이란이 경제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사우디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서는 사우디가 고의적으로 갈등을 촉발해 외교 우위를 점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란 쿰 지역의 한 성직자는 “사우디는 민감한 시기에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해 수니파와 시아파의 사이를 더욱 갈라놨다”며 “사우디는 우리의 과잉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고,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이번 사태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란 지도부도 공유하고 있다. 보수 정치인이자 정치 분석가인 하미드 레자 타라그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모두 이란이 국제 사회와 핵 합의를 맺는 데 반대했다. 이들 모두 합의가 성사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핵 합의 과정에서 우리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왔다갔다 하며 달래는 모습을 봤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목표는 오로지 이란을 견제하는 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내부에서도 사우디 대사관 공격이 이란에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내 정치에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 내 강경파들이 사우디와의 충돌을 주도해 오는 2월에 열릴 총선과 향후 이란 최고 지도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 국가안보위원회 전직 고문인 아지즈 샤모하마디는 “이번 사태가 선거에서 강경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강경파들은 이번 일을 근거로 이란이 고립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