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자국 영공을 침입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를 격추하는 ‘초강수’를 두면서,’시리아 해법’을 둘러싸고 갈등해오던 양국 관계는 물론 서방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또다시 급속히 냉각될 조짐이다.
A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기는 1950년대 한국전쟁 종전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A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4일 회원국인 터키와의 ‘연대’를 재확인하면서도, 터키와 러시아는 물론 각국에 긴장고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 격추를 “등에 칼을 꽂는 행위”로 강력히 비난하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터키에 경고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하고 자국민에게 터키 여행 자제령까지 발령했다.
러시아가 지난 9월 30일 시리아 공습작전을 전격적으로 개시한 이후 터키와 러시아 간의 정면 충돌은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입장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제거돼야만 시리아 내전사태로 인한 지역 불안이 수습될 수있다고 주장해온 반면, 러시아는 알 아사드 체제를 지원하면서 이슬람국가(IS) 거점 보다는 터키 국경과 가까운 시리아내 반 아사드 반군 거점을 더 공습해 터키 정부를 자극해왔다. 따라서 이번 러시아 전투기 격추는 예정됐던 수순과 다름없다고 할 수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그동안 공습해온 시리아의 터키 접경 지역은 터키 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24일 시리아내 터키계 무장조직은 수호이 -24 전투기에서 탈출해 낙하산을 타고 하강하던 조종사들을 총으로 쏴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터키계 반군들은 터키 정부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날 터키 방송은 사살된 러시아 조종사로 추정되는 시신을 찍은 동영상을 방송했다. 반군 조직은 러시아가 탈출한 자국 조종사를 수색하기 위해 투입한 헬리콥터를 격추시킨 지대공 미사일 한 대를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상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해당 지역에 투입됐던 구조 헬기 중 한대가 지대공 미사일을 맞고 비상착륙했으며, 탑승해있던 해병대원 한 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 방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시난 울겐 전 터키 외교관은 24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 영공을 침입한 사건이 두차례 발생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며, “당시 러시아 군 최고위급 관계자가 터키를 방문해 사과하는 등 양측 간에 이해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격추 사건이 발생해 놀랍다” 고 말했다.그는 “하지만 러시아 전략 차원에서 보면 그리 놀라울 만한 일도 아니다”며 “그동안 러시아는 접경지역에서 터키의 반응과 교전규칙을 테스트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