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피했지만 국정동력 최악… 의료·교육·연금·노동 ‘흔들’
尹 탄핵소추안 폐기됐지만… 국정 동력은 이미 ‘마비’
포고령 ‘처단’에 의료계 대화 단절… 연금개혁도 난항
2026 의대 증원 원점 우려… AI교과서·유보통합 불안
노동개혁 올스톱… 정년연장·근로시간 개편 차질 전망
작성 : 2024년 12월 08일(일) 16:54 가+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일단 면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교육·노동·연금개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비상계엄으로 민심마저 악화하면서 사실상 정책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것이다.
가까스로 탄핵 위기는 면했지만, 국정 동력 약화로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힘을 실었던 의료·교육·노동·연금개혁도 본격적인 시작 전부터 좌초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개혁은 윤 대통령이 의·정 갈등 장기화에도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던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의·정 갈등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의료계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혀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병협이 의개특위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에 대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안도 폐기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여야는 가까스로 이번 정기국회 내 연금특위를 출범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논의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진행되더라도 202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대 교수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의 경우 입시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첫발을 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교과서) 도입 확대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보통합’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AI 교과서는 지난달 말 첫 검정 결과가 발표돼 내년 초·중·고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다. 유보통합은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올해 6월 보건복지부의 보육 사무를 교육부가 넘겨 받아 추진해 오고 있다.
다음 단계로 진척되려면 현장 교사들 협조가 절실한데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는 추진하기에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AI 교과서는 2026년도 이후의 추가 도입, 유보통합은 교사 자격·양성체계 통합안 마련 등을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일정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현 정부 들어 역점을 두어 추진해오던 노동개혁도 먹구름이 꼈다. 특히 정년 연장 논의와 근로 시간 개편 등 정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