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단식 7일째에 돌입하면서 건강 악화 조짐도 조금씩 나타나는 듯하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앞으로의 검찰 조사에 이 대표의 건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할 말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한 가지만 말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회의에서는 2~3가지 주제를 두고 발언에 나서는 이 대표이지만, 단식으로 힘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대표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국민 주권’ 부정 발언에 대해서만 비판했고, 발언 시간도 다른 회의에 비해 확연히 짧았다. 평소에도 차분한 어조인 이 대표이지만 이날 발언 속도는 더 느렸고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말을 이어가기도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전날 진행된 촛불문화제에서도 이 대표는 마이크를 잡았지만 길게 발언하지는 않았다. 외형적으로도 단식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해 배와 얼굴 살이 빠졌다.
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어제 밤 10시에 뵀다. 얼굴이 안 좋아졌고 상당히 힘들어하는 현재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단식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건강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견해에는 “두 배로 더 힘든 단식이 되고 있다”며 “그렇게 움직이는 건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나.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 등으로 규정하면서 비판해 왔다. 단식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정해두고, 농성장에 보온병을 준비해 둔 점 등을 비꼰 것이다.
당내에서도 단식 명분과 출구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나아가 일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단식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는 단식을 멈추어 달라”며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다.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다. 국민들께서 매우 힘들어하고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식에 돌입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 측과 검찰은 일정 조율을 둘러싼 신경전을 지속해 오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지난달 30일과 지난 4일 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국회 일정이 없는 오는 12일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고, 검찰은 재차 7~9일 출석을 요구했다.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최대한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이 대표 측은 기존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각의 우려처럼 조사를 피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7~9일 출석 요구에 관한 질의에 “(명확한 입장은) 아직 없다”면서도 “검찰과 일정 조율 과정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