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을 내세워 문제집을 광고하는 등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대한 단속을 개시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언론 등에서 지적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대해 그 실체를 밝혀내고 단호하게 대응해 교육현장에서 공정과 상식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능 킬러문항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아이들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볼모로 삼아,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교육 현장마저 황폐화되는 악순환을 이제는 정부가 나서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위과장 광고, 정해진 금액을 초과한 과다 교습비 징수행위, 별도 교재비 청구를 지목하며 “사교육 현장의 잘못된 부조리를 일소해야 한다”고 조준했다.
이번 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과정 밖 수능 문제를 배제하라’는 이른바 ‘공정 수능’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사교육 카르텔이나 학원 부조리에 대한 대국민 신고를 받은 뒤 이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교육부 관계자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부교육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당국은 지난해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인 26조원으로 치솟은 배경에 사교육 카르텔과 학원 허위광고 등 각종 부조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교육 당국-사교육 이권 카르텔’은 지난 16일 대통령실이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앞서 수능 6월 모의평가 출제 관련으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자, 대통령의 지시에도 ‘킬러 문항’을 방치하고 사교육산업이 이득을 보는 모양새를 ‘카르텔’에 빗댄 것이다.
특히 서약서를 써야 하는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홍보하며 대형 입시학원에 소위 ‘족집게 모의고사’를 제작해 판매해 왔던 인사들이 지적되자 이들을 정조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모의고사 문제를 제작, 유통해 왔던 대입 전문 대형학원도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장 차관은 “수능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대형입시학원들이 (킬러문항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피해를 줬다”며 “불공정한 사교육 카르텔은 정부가 힘을 모아 이번에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견고한 카르텔로 부조리를 일삼는 학원만 배를 불리는 상황에 대해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이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 민생과제”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
학원·교습소·개인과외 교습자 등의 사교육 부조리로 직접 피해를 본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사교육 카르텔을 알고 있는 일반 시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접수 받은 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 공정위, 경찰이 이를 조사한다. 또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력해 사교육 부당 광고를 모니터할 계획이다.
신고는 교육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http://clean-hakwon.moe.go.kr)를 통해 가능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