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의 이강인(21)이 또 한 뼘 성장했다. 친정팀 발렌시아가 또 한 번 이강인을 자극해 심리적인 동요를 유발하려 했지만 이강인은 평정심을 지키고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마요르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초반부터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자극했다. 전반 5분 이강인이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자 니코 곤살레스와 티에리 코레이아가 달려들어 거친 몸싸움으로 저지하며 반칙을 범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흥분시켜 거친 반칙을 유도하려 했지만 이강인은 경기 중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피하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러자 발렌시아는 더 강하게 이강인을 자극했다. 발렌시아 중앙 미드필더 니코 곤살레스는 전반 34분 팔로 이강인의 얼굴과 귀 쪽을 가격했고 이강인은 얼굴을 감싼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강인은 흥분하지도 반대로 주눅 들지도 않았다. 1-1로 맞선 후반 17분 니코 곤살레스와 공 경합 상황에서 동시에 태클을 하며 몸을 사리지 않았다.
발렌시아 관중도 이강인을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후반 22분 이강인이 마요르카 진영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진로 방해 반칙을 하자 관중들은 비난 섞인 함성을 지르며 주심을 향해 페널티킥 선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옛 홈팬들에게 관중에게 예의를 갖췄다. 후반 38분 화려한 개인기로 2-1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두 손을 모으며 관중을 향해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같은 이강인의 모습은 지난해와는 차별화된다.
발렌시아에서 마요르카로 이적한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발렌시아 원정 당시 거친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다. 당시에도 이강인은 발렌시아 선수들의 도발에 직면했고 이후 흥분한 가운데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이강인은 당시 화려한 양발 드리블 후 땅볼 패스로 동료의 골을 도왔지만 55분 만에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이강인은 발렌시아 호세 가야와 몸싸움을 벌이다 팔을 써 경고를 받았고 이후 후반에 다니엘 바스와 경합 도중 무리한 발동작으로 다리를 가격하면서 퇴장당하고 말았다. 마요르카는 수적 열세에도 잘 버텼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2골을 허용해 무너졌다. 이강인은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팀 내 왕따 논란에다 출전 시간 부족 등으로 발렌시아 구단과 좋지 않게 결별했던 이강인으로서는 마음 속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심리전에 농락당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마요르카에서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에서 베다트 무리키와 함께 팀 공격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출전 시간을 보장 받은 이강인은 맹활약을 이어갔고 이번 발렌시아전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렸다. 자신을 성장시켰지만 동시에 시련을 안겼던 친정에 최고의 복수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