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현장실습 기업 감독 강화… 폭언금지 등 조항 신설
현행 현장실습 존치… “폐지 요구는 적어”
참여기업도 노무사 참여 현장실사 의무화
실습비 지원 확대… 기업 부담 70%→40%
작성 : 2021년 12월 23일(목) 17:13 가+가-

여수 특성화고 학생 고 홍종운군이 부당한 작업 지시로 인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79일 만에 정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현행 현장실습 기본 틀을 유지하되 현장실습 참여기업에 대한 현장실사와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교육 당국의 현장실습비 지원을 30%에서 60%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고용노동부(고용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의 ‘안전·권익 확보를 위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홍군이 사망하는 사고 이후 일각에서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존의 ‘학습 중심 현장실습’ 틀은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장실습 전체 틀을 바꾸자는 요구는 적었고, 홍군의 친구들뿐 아니라 직업계고 학생들과 교사 등 대부분이 기본 틀을 크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고용부는 대신 시·도교육청이 직접 실습환경을 관리하는 현장실습 선도기업보다 관리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현장실습 참여기업에도 노무사가 참여하는 사전 현장실사를 의무화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현장실습 선도기업에만 노무사가 참여했지만 참여기업에도 투입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건설 ▲기계 ▲화학공업 ▲전기 등 유해·위험업종에는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협회, 재해예방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실사를 실시한다.
홍군이 사고 당시 실습을 했던 기업도 선도기업보다 기준이 느슨한 현장실습 참여기업이었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투입된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7900여 개, 학교가 관리하는 현장실습 참여기업은 3750여 개가 있다.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만큼 고용부는 일선 학교가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또는 사망재해 발생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보고 의무 위반 사업장,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도 고용부 차원의 실습생 안전·보호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이 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사업장이나 유해·위험 사업장, 산재 다발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이 직접 지도·근로감독을 실시한다.
중앙단위의 정기 지도점검 시 교육부는 교육청과 학교가 현장실습 지침을 준수하는지, 고용부는 고위험 업종 중심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지도한다.
현장실습생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정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해 현장실습생에게 강제업무나 폭행·폭언,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대우를 금지 하는 조항을 신설한다. 시·도별로 현장실습 조례에 학생 안전·권익 관련 세부 사항을 담을 수 있도록 개정 작업을 지원한다. 한 예로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실습 조례 개정안에 실습생이 현장실습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내년 9~10월부터 학생 1명의 현장실습비 지원 비중을 기존 30%에서 60%로 확대한다. 교육청이 추가로 30%의 예산을 더 부담하는 식이다. 이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 비중이 70%에서 40%로 줄어든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보다 많은 인건비를 쓴다는 이유로 자신의 몫을 피력하는 기업주가 있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이 있었고, 기업주 역시 채용 약정 현장실습을 하기 때문에 직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학생들이 과도한 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기업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 부담분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실습 도중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학생들이 신고할 수 있는 교육부 중앙취업지원센터 ‘부당대우 신고센터’ 홍보를 강화하고, 공인노무사, 지방노동관서 등과 연계해 즉시 권익구제·시정조치 등에 나선다.
나아가 현장실습생들이 매일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작성하는 실습일지 내용에 대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모니터링하고, 권익 침해 및 위험징후 등을 감지하면 학교와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관련 의사결정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학교 현장실습운영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생도 동참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학생 만족도 평가, 현장실습 자체진단 등 사후 평가도 내실화한다.
현장실습생들이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규·특별교육과 소규모 밀착형 교육 확대 등도 지원한다. 전문교과 ‘전문공통과목’에 노동인권과 산업안전보건 과목을 신설하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실습 직전 특별교육이 가능하도록 고용부와 연계해 콘텐츠를 개발한다.
교육부와 고용부는 국회 계류 중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을 지원해 현장실습 관련 전담 노무사를 지정·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올해 549명 수준인 현장실습 전담노무사를 2022년 700명, 2023년 800명 수준으로 늘린다.
교육부는 채용약정형 현장실습이 아닌 연계교육형 현장실습 등 다양한 유형의 현장실습을 활성화한다. 내년에는 1050명의 학생들이 공동훈련센터 등에서 직무교육과정에 참여한 후 취업 또는 기업적응 현장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시·도 단위에서도 다양한 위탁교육 등 학생·기업 수요에 맞는 지원이 가능하도록 전문기관을 발굴할 방침이다.
/정옥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