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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될 것인가와 무엇을 할 것인가
장만채 前 순천대학교총장
작성 : 2021년 04월 11일(일) 16:21 가+가-
오늘날 아이들이 장래희망 1순위로 뽑고 있는 직업들은 하나 같이 비슷하다.
연예인, 공무원, 교사 혹은 부모가 원하는 안정적인 직업, 그리고 실소를 금치 못하겠지만 건물주 등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과학자부터 운동선수, 의사, 대통령, 가수, 간호사, 화가, 작가, 생물학자, 곤충학자, 물리학자 등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상당히 순수하고 참 다양했는데 왜 이렇게 변한 걸까? 큰 꿈을 꾸면서, 그 꿈을 먹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꿈이 점차 한정되어가고 벽에 부딪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이 ‘꿈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며, ‘왜 꿈을 갖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꿈을 갖게 되면 속박되고 구속되는 것 같아 싫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꿈을 갖게 되면 더 많이 공부(성적과 관련된)해야 해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게 만드는 교육환경, 이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꿈이 있고 목표가 설정되면, 그 다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력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 자체가 바로 노력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운동을 할 때에는 왜 운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동기를 갖게 되면, 그 다음에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끈기와 열정을 갖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되어 있다.
어린 나이에 챔피언에 오른 김연아 선수는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고, 고된 훈련만이 반복된 인생을 10년 넘게 살았다.
그만큼 대단한 용기와 끈기를 가지고, 피겨 분야에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과 자신을 통해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뜻을 지녔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그녀는 매일매일 고단한 과정을 견뎌낸 것이다.
이처럼 꿈이 있어야만 역경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긍정의 힘도 생기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 우리나라는 모두가 어려울 때였으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어려운 상황을 탈피하고 싶고,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시고, 시험을 잘 보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는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물론 어린 시절 공부가 재미있기도 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이 굉장히 컸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내면 얼마나 뿌듯하던지, 당시 나는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면서 쾌감과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과학의 제미를 알게 되었고,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꿈, 목표 동기부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흔히 우리는 꿈을 이야기 할 때 ‘무엇이 될 것인가 What to be’와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to do’ 중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말하고 있다.
물론 무엇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무엇이 된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상에 불과한 허망한 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내가 무엇이 되어 어떠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되고 싶은 무엇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은 꿈을 가장한 과욕일 수도 있고, 되고난 다음에 밀려오는 허탈감에서 방황하게 될 수도 있다.
총장 시절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야기는 자연스레 취업문제로 이어졌다. 많은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이들에게 취업이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가를 절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어떤 사항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기에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와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채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 것 같아 답답함과 미안함이 밀려올 때도 많았다.
물론 직업은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그런데 인생의 수단이어야 할 직업, 직장이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에게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 교육현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 꿈꾸고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와야한다.
‘무엇이 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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