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먹밥과 천원식당
김요한 시인·목사
작성 : 2021년 04월 08일(목) 16:25 가+가-

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이 불붙던 시절 등장한 광주 주먹밥과 광주 대인시장안 해뜨는 식당 천원 밥상은 광주와 남도의 정과 문화를 느끼게 한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 싶을 때 가끔 떠올려보는 광주 주먹밥과 천원밥상은 일상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이웃을 돌아보며 정을 되찾기에 십상이다.
우리 광주와 남도는 예술의 고장이라 한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보면 전통문화의 출발지이자 그 문화 속에 깊은 정이 깃들인 고장이다.
아픈 마음을 품을줄 알고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정이 바로 광주 주먹밥과 해뜨는 식당 천원 밥상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1년여를 넘긴 코로나19 시대에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탈출구가 없는 이때 광주 주먹밥과 천원 밥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그곳엔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슬러 올라가보면 40년도 더 지난 1980년 5월 전두환 정권의 포악한 살인적 만행이 광주도청을 중심으로 자행될 때 광주시민은 하나같이 이에 저항했고 무수한 인명이 군화 발에 짓밟히고 총칼에 학살되어 갈 때 광주의 어머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민주항쟁 대열에 앞장선 이들에게 주먹밥을 건네며 고픈 배를 채우게 했다.
그래서 광주5·18하면 전남도청, 금남로, 민주화의 꽃, 전일빌딩, YMCA와 함께 주먹밥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 그날의 광주정신, 그날의 민주정신이 그대로 담긴 주먹밥은 이제 추억을 되살리는 음식으로 재탄생 했다.
소금 한꼬집을 넣어 흰쌀밥을 커다랗게 뭉친 엄마의 마음이 담긴 주먹밥의 추억을 떠올리며 개발된 주먹밥이 광주의 맛으로 인기를 누린다니 반갑기 그지 없다.
그때 그날의 정신이 되살아난 듯한 뿌듯함이다. 2020년 그때의 주먹밥이 다양한 속재료와 퓨전의 맛을 가진 주먹밥으로 변신한 것이다.
광주 대표 음식 레시피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음식이 어엿이 광주 중심 동명동 중앙도서관 근처에 자리잡고 ‘맘스쿡’이란 이름표를 닭 광주 맛집으로까지 선정돼 호황을 누리고 있다니 메뉴 속에 담겼을 법한 그때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듯하다.
그때 그날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전하는 것 같다.
광주주먹밥과 함께 떠오르는 또 한곳 광주 대인시장 후미진 곳에 위치한 해뜨는 식당의 천원밥상이다. 요즘 세상에 밥 한상에 천원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그곳에서 허기진 한 끼를 통해 해뜨는 밝은 세상을 향해 출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식당은 2010년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고 김선자 할머니가 자신과 같이 어려움 속에서 한끼 식사가 어려운 일용근로자, 독거노인등 사회소외 계층을 위해 마련한 식당이다.
따끈한 시레기국에 찬을 곁들여 한상에 천원, 배가차지 않으면 더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식당이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김선자 할머니의 식당문은 닫지 말라는 유언에도 불구 식당을 운영하던 딸이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운영난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광주시를 비롯 여러 자선단체 도움과 봉사로 영업을 계속하게 되었단다.
나라 어느곳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광주의 정, 남도의 정이 아직도 살아 있음에 기쁘고, 이래저래 시시때때로 닥치는 삶의 굴곡들도 광주 주먹밥과 천원 밥상을 떠올리면 그 훈훈함에 삶속에 꼬인 실타래들이 풀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