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LP가 21세기에 ‘부활의 노래’부른 이유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1년 03월 16일(화) 16:37 가+가-

‘세상을 바꾼 101가지 발명품’을 선정하여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 일요판에서 기획기사를 실었다. 인디펜던트는 알파벳 순서로 주판(abacus)에서 지퍼(zip)에 이르기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 목록에 따르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불>이다.
‘101가지의 발명품’을 보면 시대의 흐름에 밀려 영영 사라질 뻔했다가 레트로의 열풍에 힘입어 다시 시작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와 ‘LP’가 있다. 신문은 101가지를 고른 기준이나 자세한 설명은 없다. 칼럼을 끝까지 보면 이유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카세트테이프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네덜란드 필립스 엔지니어 루 오텐스(Lou Ottens.1927~2021)다. 그가 지난 6일 자신의 고향에서 향년94세를 일기로 별세 했다.
우리는 오텐스의 덕분에 릴테이프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줄여진 카세트테이프를 만날 수 있었다. 카세트테이프는 1963년 베를린 라디오 전시회에서 처음 세상에 공개 되었다. 이후 소니사가 ‘워크맨’을 개발하면서 카세트테이프는 전 세계에 음악 애호가는 물론 젊은이에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국의 고속도로 점포에서 카세트테이프에 실린 트로트의 인기는 더할 수 없는 품목이었다. 지금까지 세계에 팔린 카세트테이프는 1000억 개가 넘은 것으로 추정한다.
오텐스의 독특한 태도에 우리는 관심이 간다. 카세트테이프의 최전성기가 가기 전 10년 전부터 CD개발하는 연구에 참여한 사실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시대를 넘어선 CD는 전 세계에 2000억 개가 넘게 팔렸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 예측했던 예상은 현실과 달랐다. 3,4년 전부터 시작된 레트로 열풍은 CD와 MP3, 스트리밍 서비스에 소멸의 길을 걸을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에 부활이 일어났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9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카세트테이프뿐만이 아니다. LP판의 증가세도 도드라진다. 음악 산업의 1990년대는 CD시대의 출발점이자 동시에 100년 동안 이어져온 LP시대의 종말이었다. CD 시대도 20년을 못 채웠다. 2000년부터 MP3와 이의 유통이 가능한 온라인 시장이 발달 하면서 CD 시장도 패장의 길에 들어섰다.
이와 반대로 영원히 무덤 속에서 고이 잠들 줄만 알았던 LP판이 무덤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마치 재림 예수님과 같다.
흥미로운 사실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집에서는 LP음반으로 음악을 들었다. ‘아이팟’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창업자가 정작 본인은 LP를 즐겨 들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돈 많은 부호의 값비싼 취미라고 넘기는 것은 사유와 철학의 빈곤이라고 한다. 잡스처럼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도 아니다. 오히려 20~30대가 주도하는 최신 ‘트렌드‘다.
한동안 한국엔 LP판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 졌다. 2005년 유일하게 LP를 찍어내던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는 이래 아시아에서는 일본에서만 LP가 유지 되고 있다. LP음반을 만들고 싶은 ‘장기하와 얼굴들‘를 비롯한 일부 음악가들이 독일에서 LP음반을 만들어 오는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다시 LP음반 공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국내 생산 업체인 LP팩토리는 ‘추억에 기대지 않겠다’는 모토가 흥미롭다. 이는 현재의 젊은이와 음악애호가의 필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은 LP가 CD보다 음질이 좋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다만 LP고유의 소리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음원으로만 결코 만족 시켜줄 수 없다는 ‘견물생심’의 소유욕을 LP가 충족시켜준다는 반증도 된다.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단서들을 접하면서 뚜렷한 답을 만들지는 못한다. 미국의 음악잡지 롤링스톤스는 전한다.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됐는데도 왜 초창기 기술로 만들어 노이즈와 음질 에 취약한 카세트테이프를 좋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LP도 그렇다. CD보다 가격이 우위에 있는 LP판을 젊은 애호가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들은 꼭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