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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그가 좋다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1년 03월 09일(화) 16:41 가+가-
“꽃가게 주인이 제일 싫어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문제를 낸다.
만나면 기분 좋은 친구 송재구 회장의 큐즈다.
그 많던 센스가 다소 느슨해진 친구들은 답하지 못하고 주춤 거린다. 송 회장은 한 껏 웃으며 “시드니”라고 답을 일러준다. 재치의 넌센스 큐즈, 크게 웃는다.
무릇 친구와의 대화는 감각의 순발력을 길러준다. 젊은이의 매력은 친구와의 뜻있는 교분이다.
나이 들면서 더더욱 친구와의 대화는 필수라는 신경정신과 의사의 권면이다. 조선 명재상 황희(黃喜.1346~1452)는 86세까지 24년간 관직을 가졌다. 그가 장수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를 가졌다.
첫째는 친구와의 교우였다.
두 번째는 친구를 대할 때는 늘 겸손함이었다. 황희 정승의 친구로는 조선 명재상으로 꼽는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이 있다.
나이차이가 있지만 장영실(蔣英實1390~?)이 있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의 아들이지만 황희는 세종대왕에게 천거하여 과학자로 크게 역할을 하게 했다.
황희는 평소 겸손의 사람이었다.
친구가 방문을 하면 그가 말에 오르고 눈밖에 멀어 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황희는 이런 겸손의 자세는 고승에게 배운 것이다.
황희는 백성을 다스리는 목민관의 도리를 물었다. 이에 고승은 찻잔 가득 넘치도록 차를 따랐다.
“찻잔이 넘치는 것을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라며 황희의 얼굴을 보았다. 황희는 황급히 일어서다가 문틀에 부딪혔다. 그러자 고승은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라고 했다.
황희는 일찍, 겸손은 사람의 근본임을 깨달았다. 한자로 겸손 할 겸(謙)은 말씀 언(言)과 겸(兼)을 결합한 글자다. 겸은 벼 다발을 손에 쥐는 모양으로 ‘포용’과 ‘아우름’의 뜻을 가졌다. 겸손 할 손(遜)은 ‘후손에 전하다’의 뜻을 지녔다.
영어에서 겸손(humility)의 어원은 흙을 뜻하는 라틴어 후무스(humus)다. 흙이란 모름지기 만물의 태동과 함께 다시 가야할 고향이다. 사람(human)이라는 단어도 흙에서 유래되었다.
성인(聖人)들에게 수도의 최종 결론은 겸손이다. 성경의 요약은 겸손이다. 시편에서 ‘복 있는 자는 교만한 자리에 앉지 않는다’고 비유한다.
겸손할 줄 모르는 사람은 언제나 남을 비난한다. 남의 허물을 들추면 자신의 죄과가 점점 커진다.
독불장군이 될수록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자신을 낮출수록 그 자리는 견고하다. (레프 톨스토이)
겸손한 사람에게 오만 하지 말고, 오만한 자에게 겸손하지 말자.(제퍼슨 데이비스)
겸손은 문화적 표현이며 성자들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다.
위대한 정치가, 경영자는 겸손하다. 최고의 보스는 겸손한 보스라고 평가 한다.
30년이 넘는 친구를 가졌다면 그들은 겸손 자들이라 한다. 송 회장과도 교분도 어언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그는 한 번도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송 회장이 오늘은 21대 국회의 직업분포를 논한다. 검사 8명, 판사 10명, 변호사 28명, 기자 23명, 교수 29명이다.
국회의원 300인중 출신별 분포에는 법조인, 기자, 교수의 분포가 너무 심화되어 있다고 한다.
한때는 군인이 득세한 의회가 요즘은 법조인이 너무 과하다는 평이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한쪽의 쏠림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법조인이 10명 내외, 기자 교수출신도 그와 같이 될 때 우리에게 진정한 소통의 의회 민주주의가 올 것이라 한다. 일절 정치애기를 않던 송 회장의 분석을 듣고 보니 매우 예리하다.
송 회장은 일어서면 다시 큐즈를 낸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왕을 두 글자”로 줄이라 한다. 그 나라가 잘 되려면 겸손(낮은 자)의 지도가 필요함을 뜻한 듯하다. 답은 “킹콩(king soybean)”이란다.
바람이 분다. 봄밤의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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