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아이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1년 02월 24일(수) 16:44 가+가-

미국의 한 상담가에게 흑인 신사가 찾아와 감사 인사를 했는데 아무리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신사는 어린 시절 가난한 동네에서 살다가 절도죄로 청소년 감호소에 갔다. 그때 그곳을 방문한 상담가가 자신에게 “똑똑하게 생겼는데 이런 데는 왜 왔어?” 했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들은 소년은 그날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법조인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칭찬은 존중과 이해·사랑을 함께 담은 마음의 종합영양제 같은 특효약인 것이다.
아이가 감정과 행동에 대한 제약을 많이 받고 인격을 무시당해 자존감이 낮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화난 ‘내면 아이’ 상태로 멈춰있을 가능성이 많다. ‘내면 아이’란 성장 과정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인데 가장 큰 감정이 분노다.
가족 치료사이며 내면 아이 치료 전문가인 브래드쇼는 성장하지 못한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자신의 발달단계로 돌아가서 미해결된 과제들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다. 인정받지 못한 아이에게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공감하면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늘 함께하며 배신하지 않는 ‘자기 자신’ 이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가족이나 지인들은 꼭 필요할 때 함께 못해 주는 상황이 많다. 그럴 때 어디에서나 잘 살아내고 있음을 믿어주는 것과 언제든지 찾아올 때 그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노라’는 따뜻한 말과 눈빛이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힘들게 했던 부모나 친구, 동료, 선후배, 연인이 있다면 어떠한 사연을 따지지 말고 바라만 보아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물이 흐르듯이 지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자신의 ‘내면 아이’를 만나보라. 그리고 이제 ‘내면 아이’의 원함을 조금씩 채워준다면 가랑비에 옷젖듯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악성 댓글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까짓것 때문에 목숨을 버리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악성 댓글은 살인 무기와 같고 살인미수와 같은 짓으로 마음이 어떤 것이며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만행이다. 몸은 다치면 아프고 표시가 금방 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마음은 몸보다 훨씬 약하다.
살아가면서 몸도 마음도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몸의 상처는 약을 바르고 치료해주면 며칠 지나서 회복된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오빠에게만 준 서운했던 기억, 선생님께 억울한 야단을 맞았던 기억, 친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섭섭하고 외로웠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 안에서 떠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이 약하고 여린 탓에 상처 입어서 그렇다. 그래서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어린아이 살 혹은 순두부 같다고 말한다.
이렇게 여린 마음에 입은 상처는 몸에 입은 상처처럼 자연스럽게 아물지 않고 계속해서 피를 흘린다. 그래서 치유하지 않으면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기 품고 적개심 담은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내가 내뱉은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마음은 치유를 해주어야 한다. 그냥 ‘시간이 가면 잊혀지겠지’ 하는 것은 무지한 생각이다. 상처가 아물어야 과거를 떠나보낼 수 있다. 상처 입은 자아는 상처 입은 그 시간에 멈춘 채로 마음 안으로 숨어들고 발달조차 멈춰버린다.
우리 내면의 상처를 부드럽게 다스리면 아물게 된다.
칭찬·존중·이해와 사랑이 상처 치유에 좋은 약이란 뜻이다.
마음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한 말은 상처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못난 놈.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자신을 책망하고 비하하는 심리적 학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또한 마음에 대해 무지해서 자학행위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아픈 말로 상처를 주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혹독한 말을 해도 상처를 입는다. 다른 사람이 칼로 찌르나 스스로 칼로 찌르나 상처가 남는 것처럼 말이다.
몸은 알뜰히 챙기면서 마음은 방치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마음을 함부로 다루어서 신경증 정신병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고 때로는 과거에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그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품은 채 고통을 되새김하며 과거에 묶인 삶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삶 전체가 불행하고,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된다.
특히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가 된다. 듀크대학 정신과 레드포드 윌리암스 교수는 ‘분노가 사람을 죽인다’고 단언할 만큼 심신을 파괴한다고 강조한다.
분노와 마음의 상처에 묶여 산다면 결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분노의 굴레를 벗는 유일한 길은 바로 ‘용서’다. 모든 일과 모든 사람에 대해 용서하는 것이 과거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는 길이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근원적인 방법이다. 용서를 하면 분노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