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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곡(思母曲)과 사부곡(思父曲)
김철수 아동문학가.美 CUC 대학교 부총장
작성 : 2021년 01월 24일(일) 16:18 가+가-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면 어린 시절에 사별한 아버지가 문득문득 생각난다. 그리고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자꾸 생각난다. 아버지가 생각날 때는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오지만 어머니를 생각할 때면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못한 후회와 함께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필자는 2녀 4남 가운데 네번째로 태어났다. 맨 위와 둘째는 누나가 계셨고 바로 위에 형님이 한 분 계시고 밑으로 남동생 둘이 있었다. 지금은 회갑을 넘긴 막내 남동생이 세상에 태어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필자는 겨우 일곱 살밖에 안 되었을 때에 아버지께서는 홀어머니와 어린 육남매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6남매의 자식들과 빚더미만 남겨놓으신 채 44세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와 37세에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장 어린 자식들 6남매와 살아가기 위해서 현실을 도피 하려는 생각이나 재혼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로지 신앙 안에서 날마다 눈물로 기도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로부터 남긴 유산이라고는 아직 어린자식들 6남매뿐이요 오히려 사업을 하시다가 실패해서 여기저기서 빌려다 쓴 빚투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6남매와 살고 있던 초가3간 집마저 사채업자에게 빚대신 빼앗기게 될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자식들 앞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 한 마디 하지 않으셨다. 젖먹이 막내아들을 등에 업고 백 리 길이나 되는 목포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서 불려다니며 판사 앞에서 당장 빚을 갚지 못할 형편이지만 시간을 주시면 조금씩이라도 모두 변재하겠노라는 눈물의 호소를 했고 이에 법관도 감동하여 겨우 길거리로 쫒겨 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어린 육남매를 굶기지 않고 먹여 살리는 일과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 앞에 뜨거운 눈물로 밤을지 세우면서도 자식들 앞에서는 흔적이나 내색조차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의식마저 가물거리셨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초인적인 힘으로 방안 윗목에 놓여있던 옷장으로 올라가 앉으시더니 천장을 가리키며 “저기 사각모를 쓴 네 사람과 그렇지 않은 두 사람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어서 가서 모시고 오너라.” 고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날밤 어머니와 어린 육 남매를 세상에 남겨두신 채 겨우 4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당시에는 네 사람의 사각모자를 쓴 사람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지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깨달아진 것이 우리 형제 6남매 가운데 딸 한 명과 아들 딸 세 명 등 4명이 대학교육을 마치고 시각모를 쓰게 되었으며 딸 한 명과 아들 한 명만 대학교육을 받지 못해 사각모를 쓰지 못하게 된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비록 세상을 일찍 떠나셨지만 자신의 슬하에서 태어난 6남매의 장래와 미래에 되어질 일을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걱정하셨고 자식들에 대한 앞날을 미리 보았던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버지가 예언한 일들이 모두 현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어린 4세 때에는 자기 아버지는 무엇이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뢰감이 거의 절대적이다. 그러나 조금 더 성장하여 7세가 되면 경우에 따라 아버지는 이것도 모르실거야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14세가 되면 내 아버지는 가망이 없을 만큼 캐캐 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21세가 되면 아버지의 때는 이미 지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5세가 되면 자기 아버지를 조금은 알지만 많이는 모르시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30세가 되면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 아버지께서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고 싶어한다. 35세쯤 되어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되면 “여보! 우리 부부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먼저 들어봅시다.”라고 하고, 50세가 되면 “아버지께서는 제 나이쯤 되었을때에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하고 묻는다. 60세가 되면 아들은 ‘내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일만은 꼭 의논드리고 싶었는데’라며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아버지는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경외심은 신에 대한 경외와도 연결된다. 아버지의 눈물은 그 한 방울에 깊고 깊은 사연이 압축되어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어깨와 마음속의 무거운 짐과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과 계획을 늘 자신보다 우선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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