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김철수 아동문학가.美CUC대학교 부총장
작성 : 2020년 12월 27일(일) 16:26 가+가-

2020년 경자년이 저물어간다.
이제 3일만 지나면 2021년 신축년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 1년은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코로나 19’라는 괴물 전염병에 전 세계 인류가 불안과 공포,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지루한 세월이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느끼는 감정은 세월의 빠름이 날으는 화살과 같기만 했는데 2020년 한 해만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지루하고,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않는 불확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절망과 체념이 모든 의욕과 열정을 빼앗아 가버린 시간들이 한 해 내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자연재해 역시 역대기록을 갱신하면서 국토는 핥켜나가고 60일 동안이나 계속된 장마는 농사마져 망치게 하는 바람에 각종 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따라서 생활비용은 증가되는데 젊은이의 일자리는 하늘에 별따기와 같고,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 치고 그 더위에도 입마개를 쓴채 숨을 헐떡거리며 집안에 콕 박혀 있어야만 하는 답답함 때문에 우울증과 조을증 증세로 시달리기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불편을 감내하는 수준을 넘어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 견뎌야만 하는 비상사태가 꼬빡 한 해를 채우고 내년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더욱 걱정이다.
미국의 어느 마을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루 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마을에 존시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폐렴이라는 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죽을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늦은 가을날 소녀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다보니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담쟁이 넝쿨의 잎이 눈에 띄었다. 소녀는 그 잎을 보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기의 생명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잎새와 같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을이 깊어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자 그 많던 담쟁이 넝쿨에 달려있던 잎새가 하나 둘 다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 잎새 하나만 덩그라니 남아있게 되었다. 소녀는 그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날 자기의 생명도 그 잎새처럼 끝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소녀는 창밖을 온종일 응시하며 마지막 잎새가 떨어졌는지를 살피게 되었는데 하루는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다. 소녀는 생각하기를 “분명 이번 비바람에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고 말았을 거야.” 라고 생각하고 창밖을 보니 그 마지막 잎새는 그대로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 소녀는 의아해 하면서도 날씨가 더욱 추워지는 겨울로 접어들자 더욱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본능적으로 맨 먼저 창밖을 보며 마지막 잎새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는가를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눈보라가 치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에는 하루 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마지막 잎새가 아직 붙어있는지를 살피던 소녀는 여전히 그 마지막 잎새가 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것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소녀의 이웃집에 살고있던 무명의 늙은 화가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녀가 매일같이 창문밖을 바라보며 마지막 담쟁이 넝쿨 위에 매달려있는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리고 이 가난한 늙은 화가는 소녀의 집 창문에서 잘 보이는 곳에 담쟁이 넝쿨과 잎새 하나를 실물과 똑같이 그려놓았다.
소녀는 추운 겨울이 다 지나도록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겼고 급기야는 조금씩 건강이 회복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봄이 되자 소녀는 집밖으로 걸어나와 담벼락으로 달려가 보니 그 마지막 잎새는 누군가 자기를 위해 그려준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내용은 미국의 단편 소설가인 오 헨리의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정규적인 학교교육도 받지 못한 그는 감옥에서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총 280편의 단편을 써 발표함으로 일약 유명해진 단편 소설가이다.
그는 주로 미국 뉴욕의 빈민가나 뒷골목에 사는 가난한 시민들의 애환을 따듯하게 다루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와 사랑을 얻었는데 오 헨리라는 이름도 딸에게 자기가 감옥살이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사용한 예명이며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이다. 마지막 잎새는 비록 늙고 가난한 무명의 화가가 소녀를 위해 그려준 그림이었지만 그 잎새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고 병마를 이긴 작품의 주인공 소녀를 생각하며 마지막 2020년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