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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독히 사랑한 두 여자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0년 11월 10일(화) 16:37 가+가-
‘사람에게 사랑하지 말라는 건 죽으란 소리다’라고 C작가는 말한다. 사랑은 생명의 원리다. 사랑은 역사적 지리적 형태의 양상으로 진화한다. 서양의 철학자와 노자를 비롯한 동양의 철학자는 사랑에 대하여 토론 하면서 생을 마쳤다. 톨스토이는 그의 명작 ‘부활’에서 사랑을 말하려 했지만 다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C작가는 “내가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있다”고 에세이에서 말한다.
한사람은 세기의 스타, 레전드 배우 오드리 헵번(1929~1993)이다. 헵번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하게 부분적인 것은 아니다. 그가 살아온 여정과 삶의 태도를 사랑하였다. 헵번이 출연한 영화는 수회를 보았다. 관련 출판물은 빠짐없이 구입했다. LG가 헵번 폰(2008년)을 내 놓았을 때도 제일 먼저 폰을 바꾸었다. LG는 헵번 폰을 내 놓으며 시대를 초월한 배우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C작가의 서가엔 헵번의 각종 자료들이 눈에 띄는 곳에 꼽혀있다. 헵번의 기록을 보면 마음이 정갈해 진다. C작가는 헵번을 일컬어 거룩한 배우라고 말한다. 헵번의 웃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스코트(행운을 가져 온다고 믿어 간직하는 물건이나 사람)다. 헵번은 유니세프 자선활동으로 외모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주어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그는 화가들의 연인이기도 하다.
세계의 많은 화가들은 그를 그리는 것을 장미처럼 아름다워 했다.
또 한사람은 ‘정갈한’ ‘깨끗한’ 문장의 주인공, 신지식(1930~2020) 소설가다.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조각이 까닭 없이 슬프게 보이는 오후“라는 문장이 생각나는 소설, <하얀 길>이 있다. 지금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절판의 책이다. 다만 태어나서 처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을 할 뿐이다. C작가는 신지식 작가를 남자로 알았다. 작가는 ‘빨강머리 앤’의 번역자며 여자라는 것을 알기에는 시간이 지나서였다. 김훈 소설가의 에세이집에도 신지식 작가의 소설을 가슴으로 읽었다는 구절이 있다.
소설은 가슴을 앓은 창백한 소녀들이 등장한다. 하얀 레이스 커튼이 연상되는 소설이다.
‘하얀 길’은 1956년에 나온 소설이다. 60~70년대 베스트셀러였다.
‘하얀 길’이 1위 이청준의 ‘별을 보여 드립니다’가 2위, 최인훈의 ‘광장’이 3위였던 것을 보아도 신지식의 ‘하얀 길’ 소설의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60년대, 그 시절은 읽을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얀 길’의 책을 만난 것은 표지도 없었다. 제목도 모르고 그냥 읽었던 시절이다.
한없이 순정한 눈물같은 이미지는 감성의 소년소녀들을 사로잡았다. 정확하지 않지만 “진달래 꽃이 피면, 나는 미화의 무덤을 가야 한다.” ‘하얀 길’속의 단편 ‘아카시아’의 문장이다.
우리들은 소설을 나누어서 읽고 소설 속 여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소설 속의 여학생들은 우리들의 각별한 친구였다. 마치 하얀 칼라의 여학생들이 우리들과 빵집을 드나드는 이상이 되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친구의 무덤을 다녀오면 창천동 언덕길을 오르는 장면이 있다. 지금의 서대문구에 있는 창천동의 실제 거리로 보인다. 신지식 선생은 이화여대를 나왔다. 그리고 이화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다. C작가는 신촌에 있는 산울림 극장의 근처가 소설속의 아카시아 언덕길이 아닐까 짐작을 해본다.
산울림극장 근처는 낮은 산이었고 아카시아가 많은 언덕이었다.
지금의 주변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하얀 길’속의 아카시아와 언덕길은 흔적도 없다.
신지식 소설가가 이화여자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산울림 극장의 근처는 숲이 우거진 산이었을 것이다. 신지식작가는 열여섯 살 피란 통에 어머니를 잃었다. 작가가 ‘빨강머리 앤’을 번역한 시절은 6.25로 부모를 잃은 아이, 집 없는 아이, 불행한 학생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들에게 작가가 위로 받았던 ‘빨강머리 앤’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의 활동하는 작가들은 ‘빨강머리 앤’을 읽고 자란 세대들이 아닌가 싶다. 신지식 작가는 평생 독신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지병으로 쓰러졌다. 넉 달을 투병하고 2020년3월 12일 영원한 순수의 세계로 떠났다. 작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꿋꿋한 소녀 ‘앤’을 우리 곁으로 데려와주었다. 열권으로 되어 있는 ‘빨강머리 앤’의 소설에서 작가는 이렇게 번역을 하며 마무리한다. “굽은 길의 끝에 좋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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