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소처럼
국중균 광주북부소방서 현장지휘담당
작성 : 2020년 11월 05일(목) 16:36 가+가-
모두들 경기가 나빠서 살기 힘들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행복하면 되는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해 보면 현재가 가장 힘든 건 아닐는지 모른다. 어린 새끼 때부터 집에서 키운 우직한 소는 시골집의 재산목록 1호였고 그만큼 힘든 시기였기에 소는 농부의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가축였다.
그냥 가축이 아니라 노동을 대신하고 그 생산물을 제공하는 수단이었으며 새끼를 낳아 목돈을 만질 수 있게 하고 젖을 나누어 주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어 늙어 버린 소 허리가 굽어도, 또 그 세월만큼 뼈마디가 굵어지고 살갗이 메말라 거칠었어도, 소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논밭을 갈고 추수할 때 같이 동행하면서 일을 한다.
또한 일생을 소는 주인과 살면서 주인집을 위해 헌신하고 노동을 제공하면서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살아간다.
필자 역시 시골에서 자라면서 소와 같이 생활한 적이 있는데 어린 시절 긴 세월 소가 가져다 준 노동의 대가에 대해 늘 위로하고 아파하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엊그제 운행 중 트럭에 실려 도축장으로 가는 소들이 얼굴을 내밀고 무언가를 말하려고 거친 호흡을 몰아쉬고 트럭 바닥 틈 사이로 소 배설물이 도로변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이 찡했다.
도축장이 가까워지는 것을 안 느낌이며 최후의 발악일까 내가 생각해도 몇 분만 가면 도축장이 있는데 우직한 소도 알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았고 마지막 도축장으로 가는 것을 알지만 체념하듯 머리를 내놓고 눈물 흘리는 듯 한 그 모습이 한없이 마음 아파왔다.
우직하지만 항상 집에 있으면 든든한 소처럼 우리 인생도 든든하고 알찬 생활을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일상의 모든 위대한 일은 소소한 일부터 시작되며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르지 않는 착실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행동으로 움직여 스스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으며 우직한 소처럼 한 걸음 한걸음 꾸준히 걷는 것이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
오늘날 불신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소처럼 우직하며 편견 없고 정직하게 조금은 느리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