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을 한 것뿐이에요.”
불의의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남편을 돌보는 힘든 형편 속에서도 묵묵히 아버지의 병간호를 자청한 효녀가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광주 서구 치평동에 사는 유명숙(56)씨.
유씨는 지적·신장장애 판정을 받은 남편과 3남매를 부양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암 환자였던 아버지를 극진히 모신 효성을 인정받아 제47회 어버이날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됐다.
결혼 후 2남 1녀를 둔 유씨는 여느 가정 못지 않은 화목한 가정의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 유씨에게 불행이 찾아든 것은 지난 1996년. 큰 딸이 6살 되던 해 발생한 남편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는 유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뇌 수술을 3차례나 받은 남편은 이후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다.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지자, 유씨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부터 식당 허드렛일, 건물 청소까지 남편과 자녀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은 생업에도 그는 매주 3차례 남편의 신장 투석은 절대 잊지 않았다.
4시간 이상 걸리는 투석 때마다 유씨는 어김없이 남편 곁을 지켰다. 남편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필요했고, 반려자인 자신이 수호천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녀들을 번듯이 키우고 남편을 돌보는 일이 손발에 익을 무렵,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13년, 전남 함평에서 지내던 아버지가 위암 선고를 받은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17년 간 남편의 병수발과 가장 역할에 심신은 지칠대로 지치고 고단했지만, 유씨는 5남매 중 맏딸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다. 동생들이 사는 서울보다는 평생 사셨던 곳과 멀지 않은 광주에서 아버지를 모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간호로 힘들 때 자녀들을 대신 맡아 키워주셨던 데 대한 한없는 감사함도 있었다. ‘요양시설에 모시자’는 주변의 권유에도 유씨는 “그럴 순 없다”며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왔다.
유씨는 바쁜 생업에도 아버지의 식사 만큼은 꼬박꼬박 챙겼다. 투병생활에 지친 아버지를 모시고 산책을 하며 말동무를 하는 것도 유씨에게는 일상이 됐다. 정성 어린 간호 속에 유씨의 아버지는 지난 1월 여생을 마쳤다. 유씨의 선행은 가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유씨는 자녀들과 함께 지체장애 재활시설을 찾아 다달이 봉사활동을 했다. 크고작은 궂은 일도 마다 않고 묵묵히 헌신하며 이타적 삶을 이어왔다.
유씨는 8일 “자식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힘든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이웃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