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우리민족의 대 명절인 설을 보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민족대이동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전경이기도 하다.
본래 설날은 조상숭배와 효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 명절을 통해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조상들과 이 땅에 남아있는 후손들이 함께하는 아주 신성한 시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향을 찾아 먼 길을 온갖 고생을 다해가며 떠나고 부모들은 도회지에 나가 살던 자식들이 고향마을을 찾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온 가족이 함께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함께 식사를 나누며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면서 일체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볼 때도 설날이 갖는 의미, 즉 가족공동체의 결속을 강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본래 설이란 새해는 첫 머리란 뜻이란 뜻이고 설날은 그 가운데서도 첫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설날의 어원에 대해서도 대개 다음의 세 가지 정도의 설이 있는데 첫째는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 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는 날’이란 뜻을 동시에 갖고 있다.
둘째는 “선날” 즉 개시(開始)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 “선날”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연음화현상으로 ‘설날’이 되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설날을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옛말인 “섦다”에서 그 어원을 찾기도 하는데 이는 설날을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일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란 뜻인데 이는 완전한 새로운 시간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조심하고 삼가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생긴 말이다.
그래서 설날은 한자어로 원일(元日), 원단(元旦), 정조(正朝), 세수(歲首), 세초(歲初), 세시(歲時), 연두(年頭), 연시(年始)라고도 부른다.
이 설날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로 언제부터 지켜져 왔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중국의 사서들에 나타난 기록들을 보면 ‘신라인들이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하례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들을 모아 회연(會宴)하고 일월신을 배례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삼국사기<제사>편에는 백제 고이왕 5년(238)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으며 책계왕 28년(287) 정월에는 시조 동명왕 사당에 배알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때의 정월제사가 오늘날의 설과 직접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미 이때부터 정월에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을 볼 때 오늘날의 설날과의 유사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빔을 차려입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함께 나누고 마음을 함께 나누며 한 핏줄을 재인식하는 명절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우리들의 삶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특히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설은 우리민족에게는 더 없는 축복의 명절로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웃음과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