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지난 1991년 도입된 지방자치제도가 올해로 28년째 되었다. 처음 이 제도의 도입명분과 목적은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서로 특성상 나눈다는 진정한 지방자치제도를 말하는데 이승만 정부의 대한민국 제1공화국 시기의 왜곡 된 지방자치 제 시기를 재외하면 지금의 광역시의회와 기초의회가 다시 시작된 것도 어느덧 3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맨 처음에 국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지방의회를 말하며 국민들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다 담아내어 세상이 바뀌고 내 삶이 달라지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희망사항에 그쳐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대 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지자체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부작용만 해도 주민들은 고개를 흔들며 차라리 이럴 바에야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좋겠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전통적인 시골마을은 날마다 계속되는 이농현상으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주민들이 줄어만 가고 있고 이 지역의 주민들을 보면 이리 저리 서로 연관이 돼있어 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도 곤란하여 말없이 눈치만 살피는 마음의 고통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고 있기도 한다. 상대 후보 간의 첨예한 대립과 경쟁으로 인해 반목과 질시가 판을 치고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은 적이 되고 그에 대한 불이익을 당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지방자치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정신적 피폐화는 선거 때 뿐만 아니라 단체장의 임기가 계속되는 최소 4년이나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주홍글씨처럼 등에다 달고 다니는 게 현실이다.
처음 이 제도가 실시될 때는 주민들을 위한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지만 갈수록 ‘유보수 권력직’으로 변질되어 영향력이나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이익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역사업에 직접 혹은 간접으로 연관되어 행사하는 일이 보편화 되었다. 그동안 전국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질타와 비난을 받아온 지방의회 의원들의 적절하지 못한 행위는 국내는 물론 이제 해외에까지 나가 추태를 부리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손상시키고 우리사회에 일파만파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고 한 두 곳이 아니다. 특히 최근 온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있는 경상북도 예천군 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외국 현지에서 ‘여행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를 요구’하는 추태까지 부려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고 군민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명목상으로는 선진지 견학이나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실시되었지만 박종철 부의장의 가이드 폭행사건과 함께 소요된 경비에 대해 의혹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에 해외연수를 진행한 예천의 한 여행사가 군 의회에 제출한 전자항공권 발행 확인서를 보면 더욱 의혹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1인당 항공료 운임산출 금액은 미화 766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78만 원)인데 비해 1인당 약239만5천700원의 근거 없는 예산이 더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 할증료 등 부가세를 합해도 1인당 약 100만 원씩이 더 늘어난 액수인 것이다. 1인당 추가로 산출된 100만 원씩의 경비의 사용처도 자세하게 밝히지 않았고 오리무중이니 이 예산은 항공료를 부풀려 떳떳하게 사용처를 밝히기 어려운 비자금 성격의 돈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간다. 예를 들자면 현지에서의 유흥비로 접대부에게 지불되는 팁 성격의 경비 등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 불거진 사건으로 경북 예천이 집중적인 시선을 모으고는 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도 이와 유사한 계획을 아예 사업으로 정해놓고 관례적으로 해왔음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생각이지만 본래의 ‘풀뿌리 민주주의’ 가 시간이 흐르면서 ‘뿔뿔이 민주주의로 무늬만 남아 있는 오늘날 지방의회의 현실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이 제도를 없애는 길만이 그나마 대안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