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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과 현 정부의 노조관
고운석 시인·주필
작성 : 2018년 11월 19일(월) 16:01 가+가-

어떠한 정부도 유력한 야당 없이 오래 안전을 유지할 수 없다. 한데 대한민국은 정부도 야당도 불안하다. 특히 정부는 노동현장과 재정정책에서 불안하지만, 남북문제를 통해 호도하고 있다.
지금 재정여력은 충분하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세금이 잘 걷혀 세수가 호황이어서다. 실제 세수는 지난해 본 예산 기준으로 목표보다 23조원 더 걷힌데 이어 올해 역시 20조원 이상의 초가 세수가 예상된다. 문제는 과연 세수호황이 지속되느냐다. 오히려 끝이 보인다.
당장 ‘간판기업’들의 올 3분기 실적은 속속 ‘어닝쇼크’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기업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불향에 대표기업들마저 매출이 줄기 시작한 모양새다. 많은 기업이 초비상이다.
경제 지표들은 더 심각하다. 경제성장률부터 그렇다. 지난해 3.1%로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했지만 성장률은 최근 2분기 연속 0%대다. 경제부총리는 올 2.9% 목표치 달성은 이미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국은행은 3.0%였던 올 예상 성장률을 2.7%까지 낮췄다. 내년은 전망이 더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같은 국제기구에선 2%대 중반까지 낮춰잡고 있다.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하락한 때문이다. 경기동행지수는 6개월째 내림세다.
기업 투자는 못살아나고 경기체감지수 역시 기준치를 밑돈다. 주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부자라지만 가계 소득은 불균형이 확대되고 기업 수익은 쪼그라들고 있다. 세금을 낼 국민과 기업이 줄면 결국 ‘세수 초가 파티’는 곧 끝날 수 밖에 없다. 지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르바이트 수준인 공공일자리를 만든다. 하지만 경제위기 때를 기억한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1998년 5월을 보라. 현대차가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섰다. 상황은 심각했다.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가동률은 40%까지 떨어졌다. 1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강제 휴가를 떠났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던때다. 정리해고가 법제화된게 그해 2월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주는 조건이었다.
미국정부는 친(親) 노동 성향의 김대중 당선인의 정리해고제 도입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산 자택으로 데이비드 립튼 재무부 차관보를 보내 ‘면접시험’까지 치렀다. 고용유연성 확보 없이 한국경제는 미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초유의 사태에 정치권도 모두 찬성했다.
그리고 맞닥뜨린 첫 대규모 정리해고 사례였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했다. 8189명을 정리해고 하려던 현대차는 277명만을 해고했을 뿐이다. 그것도 절반이 ‘식당 아줌마’들이었다. 그들은 노조가 식당 운영권을 넘겨받아 다시 고용했다.
정리해고는 없었던 셈이다.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해 8월 여당이었던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가 울산공장에 내려와 엿새를 머물렀다. 말이 중재이지 회사에 꺼낸 첫마디가 “정리해고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가”였다. 불법 파업 중이던 노조에 대한 공권력 행사는 가로막은 채 말이다. 결국 정리해고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노조가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외신들은 정치권의 개입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친 나쁜 사례라며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 노조는 어김없이 과실을 챙겼다.
그 결과가 제조업 평균의 세배, 자동차산업 근로자 평균의 두배가 넘는 임금과 경쟁국의 절반에 불과한 생산성이다.
한국자동차산업의 경쟁력과 제조업 생산성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결국 정치권이라는 얘기다.
나라의 고질병이 된 ‘귀족 노조’ 탄생의 산파였고, 자동차산업과 나라의 경쟁력 훼손의 주역이었다. 요즘보듯 회사가 멀쩡할 리 없다.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일자리가 생기고, 자동차산업이 살고, 나라경제가 산다. 정부와 여당은 희망을 주는 나라로 이끌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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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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