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미치광이가 되는 약이다. 한국 속담이다. 남자가 술을 마시면 집이 반 정도 불에 타고, 여자가 술을 마시면 집 전체가 불에 탄다. 러시아 속담이다.
헌데 우리 한국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국민으로 WHO통계에서 드러났다. 음주량 은(銀)메달리스트인 헝가리 6.2리터보다 무려 3리터가 많은 9.2리터나 마신다. 하니 별반 명예스럽지 못한 금메달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 많이 마실까 짚어보고 싶어진다. 먼저 생리적 이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술을 마시면 알콜을 분해하는 효소가 분비되는바 구미인의 95퍼센트는 B1형이 분비되는 한국인은 B2형이 분비된다고 한다. 곧 성능이 약간 다르다는데 B2형 쪽이 알콜을 분해하는 속도도 빠르고 활성도도 강하다 한다. 그러기에 술을 상대적으로 보다 잘 삭인다는 것이 되고 잘 마실 체질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스위스의 알콜학자 발트부르크 박사의 주장이다.
세상에는 유럽사람들처럼 제가 마시고 싶은 만큼 제가 따라서 마시는 자작문화권, 러시아나 중국사람처럼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문화권이 있는바 이렇게 대별한 것은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홀이다. 한데 이 세상에 수작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 나라밖에 없다는 것이다.
옛날 술벗들, 비로 냇물이 불어 오가지 못하면 대안에 맞대고 앉아서 시늉만이라도 술잔을 주고받아 가면서 마셨던 악착스런 수작민족이었다.
선조 때 정승 신용개는 주고받는 사람이 없으면 국화분 사이에 술상을 놓고 국화하고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다. 단위시간 안에 가장 많은 분량을 퍼담을 수 있는 방법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수작이요, 또 마시기 싫어도 억지로 마셔야 하는 과잉 음주유형이 수작임을 감안할 때 술 소비량을 상승시키는 문화적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그런데 여기다 취중 행위에 너그럽기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수하고도 “술에 취해서…”라면 대부분 “그럴수도 있지”다. 일상생활뿐 아니라 법 운용도 그렇다. 취해서 저지른 범죄는 형량을 덜어주는 ‘주취경감’을 적용하고 있다.
음주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독일·프랑스 등과는 정반대다.
음주운전 사고 처벌도 다른나라보다 가볍다. 실형을 받는 비율은 8%밖에 안된다.
음주운전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약 700명이 사망하고 4만6000명이 다칠 정도로 사회적 손실이 심각한데도 그렇다.
사망사고에 대해 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10년 이상의 형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은 1~3년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20년 안팎의 징역형을 때리는 미국·일본과 대비된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습 음주운전자가 사망하고를 냈을 때 징역 10년이 넘는 중형을 검찰이 구형하기도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음주운전 처벌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월25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음주사고’가 계기가 됐다. 법조인을 꿈꾸던 젊은이가 군에서 휴가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이다.
피해자의 친구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렇다. ‘제 친구는 평소 우리나라 법의 형량이 너무 약한 탓에 많은 범법행위가 발생한다며…(중략)…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위법이 음주사고라 하여 가볍게 처벌되어선 안됩니다.’ 이 글에 동의한 국민이 25만명을 넘어섰다.
기준인 20만 명을 초과해 이젠 청와대나 정부관계 부처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게 됐다. 이렇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며 초범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잘 했다고 여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