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으로 증폭된 민생 빨간불에 청와대가 다급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민생문제 해결 부족을 이유로 국정수행 지지율은 5주 연속 하락세다. 새 정부 출범 효과와 외교안보 이슈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경제 현안이 집권 2년차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민생 수습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 전반적인 국정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내각’ 제안에 경제 정책 수정 등을 요구하며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출범 일성으로 ‘민생’을 내세우며 경제 심판 공세를 예고했다. 장관 인선과 국회 인사청문회,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각종 국정과제의 국회 통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경제 정책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청와대가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고심하는 부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청와대 조직개편 첫 단추로 경제 수석과 일자리 수석을 교체하며 사실상 경제라인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상공인 문제를 전담하는 자영업 비서관실을 신설한다고 직접 밝혔다. 청와대 공식 발표 이전에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조직개편 일부 내용을 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금주 중 자영업 비서관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임 비서관은 학자나 관료 출신이 아닌 현장 전문가로 내정한 상태다.
청와대는 다음달부터 업무추진비 결제 카드를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결제대금 회수는 1~2일 빠른 직불카드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생 바로미터’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면서, 정부구매카드 종류를 바꿀만큼 절박한 청와대 분위기가 드러난 것으로 읽힌다.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자영업 문제를 중점 다루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하반기 첫 순방지 인도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현장에서 5분간 접견한 것에 청와대는 ‘예정된 일정이 아니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대통령 동선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지난 1일 새로 부임한 윤종원 경제수석이 언론 인터뷰 등 연이은 외부 활동으로 경제 정책을 홍보하는 점도 눈에 띈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경제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정책 체감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윤 수석의 외부 활동을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수석은 방송 뉴스 출연과 신문 인터뷰에 이어 25일에는 청와대 페이스북 생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도 출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 해명하고, 정부 대응 방안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윤 수석은 고민정 부대변인이 “우리나라 경제 정말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겠다”고 묻자 “긍정적인 지표도 있고, 일부 우려스러운 지표도 있다. 전체적으로 봐서 크게 당장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은 없다”면서도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는)반도체 빼면 없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도체를 빼면 수출증가율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전반적인 부분을 보면 괜찮다. 하나의 지표로 판단할 부분은 아니고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민생문제, 삶의 질과 관련해서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새 정부 경제 기조 가운데 답보 상태로 평가받는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민간이 원하는 부분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미래 리스크가 커서 민간이 바로 들어가기 힘든 부분은 국가가 같이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들이 그동안은 일부 미흡하게 받아들여진 부분도 있었다. 특히 노력을 하려고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면서 규제완화 대책을 시리즈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황일섭 기자